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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도시에 사는 포유류, 몸집이 커지는 이유

등록 2021-08-18 04:59수정 2021-12-28 11:25

[밤 사이 지구촌 기후변화 뉴스]
온난화하면 몸 크기 줄어든다는 법칙 위배
도시화로 음식 구하기 쉬워졌기 때문 추정
코요테가 미국 텍사스 사우스레이크 거리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도시에 사는 동물들은 시골 동물들보다 먹이를 구할 기회가 더 많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제공
코요테가 미국 텍사스 사우스레이크 거리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도시에 사는 동물들은 시골 동물들보다 먹이를 구할 기회가 더 많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제공

도시는 동물들 특히 포유류 몸집을 작게 만들 것이라는 가설은 많은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도시의 건물들과 도로는 시골보다 열을 더 많은 가두고 되뿜어 주변보다 온도가 높다. 이른바 도시열섬 효과다. 따뜻한 곳에 사는 동물들은 추운 환경에서 서식하는 같은 종류의 동물보다 몸집이 작은 경향이 있다. “항온동물들은 추운 곳에 살수록 몸의 크기가 크다”는 ‘베르그만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포유류의 몸집은 점점 더 작아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지난 80년 이상 수집해온 100종 이상의 미국 포유류들의 몸 길이와 무게를 측정한 14만500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대치 않은 결론에 도달했다. 곧 도시 서식 포유류들은 시골에 사는 같은 종들에 비해 더 크고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곳에서는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16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미국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포유류 표본집. 인간의 환경 변화로 동물들에 어떤 영향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제공
미국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포유류 표본집. 인간의 환경 변화로 동물들에 어떤 영향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제공

논문 주저자인 매기 핸탁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박사후연구원은 “이론적으로 도시 동물들은 열섬 효과 때문에 몸집이 작아져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논문은 베르그만 법칙이나 기후만이 동물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가정할 수 없다는 논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후와 도시화의 주요 상징인 주거지 인구밀도가 동물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기온이 떨어짐에 따라 몸 길이와 무게는 대부분의 동물들에서 증가했다. 여기까지는 베그르만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런 경향은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강했다.

아메리칸 오소리처럼 낮과 밤에 활동을 전환할 수 있는 동물은 도시 지역에 사는 것이 이롭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제공
아메리칸 오소리처럼 낮과 밤에 활동을 전환할 수 있는 동물은 도시 지역에 사는 것이 이롭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제공

하지만 놀랍게도 도시 동물들은 기온에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몸집이 커져왔다. 이는 도시화가 동물들 몸집을 키우는 데 기후와 똑같이 영향을 끼치거나 오히려 능가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논문 공저자인 로버트 거럴닉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 생물다양성정보부장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하지만 도시화는 수천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자연 교란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도시화의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많은 동물종을 소형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제기했다. 몸집의 소형화가 낳은 결과가 무엇일지는 알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작아진 동물들은 더 작고 적은 새끼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돼, 먹이가 줄어든 육식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논문이 과학자들이 동물 크기의 변화 분석 요인에 도시화를 추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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