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내정된 이인걸 변호사가 검찰·김앤장 재직 시절의 이력 논란에 대해 30일 ‘입장문’을 내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 참여하고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롯데그룹을 변호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내곡동 사저 무혐의 주장’, ‘가습기 살균제 사건 옥시 변론 관여’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내곡동 사건 수사팀 결정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으며, 옥시의 변론에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비판과 우려를 가슴에 새기고 신중히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 사실’에 근거한 ‘변명’일 뿐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김앤장에서 일할 때 ‘옥시’ 변호를 맡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홈플러스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수사를 맡았던 한 검찰 관계자는 “이 변호사는 홈플러스 변호인으로 검찰청사에 여러 번 왔고 홈플러스 직원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을 때 입회도 했다”고 말했다. 한 환경단체가 “옥시 입장을 대리했던 법률 대리인의 청와대행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자, 이 변호사는 마치 ‘가습기 살균제 업체 변론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이 변호사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이었던 2012년 당시 내곡동 사건 수사 때 ‘무혐의’를 강하게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는 구체적인 증언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012년 관련자 조사를 통해 퇴임 뒤 이명박 대통령이 거주할 집을 내곡동에 지으면서 이 대통령 일가가 부담해야 할 땅값 중 10억원 정도를 경호처가 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사저 건립 작업을 진행한 김인종 경호처장과 경호처 실무자 김태환씨를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하려고 했으나, 대검 중수부는 수사팀의 기소 방침에 반대했고 최종 결론을 조율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대검청사로 불렀다. 대검 쪽에서 최재경 중수부장, 이금로 수사기획관, 홍지욱 감찰부장, 이인걸 중수부 연구관 등 4명, 서울중앙지검 쪽에서는 최교일 지검장과 송찬엽 1차장, 백방준 형사1부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이인걸 연구관은 참 웃기더라. (대검 수뇌부의 무혐의 의견을 그대로 반복하는) 완전 앵무새였다”고 전했다. ‘대검 4인방’은 배임죄 성립이 안 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결국 2012년 6월 김인종 경호처장과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등 피고발인 7명을 전부 불기소 처분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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