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대선정국 다섯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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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정치학
100만표 이상 차 나기 힘들 것
‘치킨게임’ 벌였던 문-안
이젠 ‘사슴사냥게임’ 동행자
안철수의 사퇴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 격차가 적게는 3%에서 많게는 8%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박근혜 지지율은 50%를 넘긴 적이 없다. 박근혜 지지율은 그대로인데 문재인이 추락한 거다. 원인은 11월23일 안철수의 일방적 사퇴 이후 부산·경남(PK)에서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30%도 얻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 결집하지만 없어지니까 이탈한 거다. (문재인과 함께 부산 출신인) 안철수가 첫 유세 지역을 부산으로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서울에서도 박근혜가 문재인을 앞서는 조사 결과가 하나둘 나오는 등 부동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을 통해 확립된 ‘대선의 법칙’이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 예전에는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부동층이 줄어들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늘어났다. 부동층의 정치적 성향도 친여보다 친야 성향이 높다. 과거엔 40대·중도·화이트칼라·수도권 무당파에서 1등을 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는 문재인이 이들 지역·계층에서 앞서면서도 박근혜한테 뒤지고 있다. 안철수를 지지했던 층이 유보적 자세로 돌아선 것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그간 박근혜가 격차를 벌려 지지율이 52% 정도 나온 뒤 안철수가 등판했다면 ‘안철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박근혜 지지율은 그대로 있고 문재인 지지율이 빠진 것이다. 안철수의 등판이 여론 흐름을 바꾸리라고 본다. 6일 안철수와 문재인의 공동합의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안철수가 문재인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거다. 관심의 대상에서 묻힌 게 하나 있는데, ‘대선 이후에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는 문구다. ‘공동정부론’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본다. 안철수와 문재인은 ‘윈윈’으로 가는 배를 탔고 운명공동체가 됐다. 지금까지 둘은 ‘치킨게임’(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둘 다 파국으로 치닫는 게임)을 벌였다면 지금부턴 ‘사슴사냥게임’의 동행자가 됐다. 두 사람이 협력해야만 사슴(정권교체)을 잡을 수 있다.(사슴사냥게임은 두 사람이 사슴 사냥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한 사람이 혼자서 작은 토끼라도 잡겠다고 배신하면 다른 사람도 토끼를 잡게 돼, 결국 사슴을 잡을 수 없다는 게임이론이다.) 안철수는 적극적으로 뛸 거다. 문재인이 진다고 하더라도 초박빙으로 져야, 대선 직후 세력 재편 과정에서 비판을 덜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첫째, 서울과 부산 등 취약지역을 훑을 테고, 둘째, 방송연설에 나갈 것이다. 셋째, 방송광고에서 문재인과 손잡는 모습이 나오리라고 본다. 나는 안철수가 세 가지 전부 다 할 거라고 본다. 안철수는 ‘새정치’와 ‘투표 참여’라는 패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투표에 참여해야 새정치가 시작되고, 정권을 교체해야 새정치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메시지다. 문재인이 막판 역전에 성공하려면 현재 ‘박정희 대 노무현’의 ‘과거 대 과거’의 구도를 ‘과거 대 미래’의 구도로 바꿔야 한다. 자연스럽게 안철수가 중심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열흘 남짓 남은 선거에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정치쇄신 경쟁이 시작됐다. 의원 정수 축소도 여야가 받아들였다. 누가 진정성 있는 정당개혁을 보여줄 건지 경쟁이 있을 것이다. 둘째 변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다. 최근 지지율이 1~2% 나오는데,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면 이 표들은 문재인으로 간다. 이번 대선처럼 몇십만표 게임에선 의미가 있다. 셋째 변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어떻게 작용할지다. 로켓 발사 전후로 북한이 대선과 관련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안보 이슈’와 ‘평화 이슈’가 충돌하면서 중도 무당파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초박빙으로 간다. 진보-보수 총집결 양상이다. 100만표 이상 차이 나기 어려운 선거다. 다음주 초반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인 13일(목요일) 전까지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승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역대 선거는 마지막 여론조사 때 선두를 지킨 사람이 마지막에도 웃었다. 이 법칙은 한 번도 뒤집어진 적이 없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뒤쫓았지만 결국 실패한 것처럼 말이다. 안철수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이 법칙까지 깬다면 대한민국 선거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김뉴타 201] ‘안철수 어시스트’ 문재인 역전골 터지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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