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대선정국 다섯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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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러다 안 되는 것 아니냐’에서
‘이제 잘하면 되겠다’로 바뀌며
PK저지선 뚫고 호남표도 결집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완전히 붙었다. ‘붙었다’는 건 지지율이 거의 같을 때 쓰는 업계 용어다. 오차범위 안이라고 할 것도 없다. 거의 똑같아졌다. 지난 6일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선언 효과다.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때 실제 지지율 변동으로 연결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방송사들이 하루종일 떠들고 하면 반짝효과가 생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사람들이 국면을 예민하게 주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 지지층 가운데 ‘안철수만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안 전 후보가 동기만 잘 만들어주면 ‘문재인도 지지한다’로 대부분 돌아설 것으로 본다. 지난 5년 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동의하지 않고 박근혜 후보를 거부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지지’에서 ‘박근혜 지지’로 갈 사람은 이미 다들 갔다고 봐야 한다. ‘안철수의 문재인 지지’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기계적·물리적 효과뿐만 아니라, 동시에 지지층의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적 효과,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 물론 안 후보의 사퇴로 지지층,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 불신’이 다시 심해졌을 것이다. 분명히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다시 나선 그에겐 이 불신을 어떻게 힐링(치유)할지의 과제가 남는다. ‘안철수 동력’으로 문 후보가 안정적 역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안 전 후보의 지지선언은 지지율이 딱 붙도록 박빙까지 밀어올리는 데까지의 동력이다. 워낙 선거전이 밋밋해서 다른 변수가 없었던 탓에,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러나 ‘안철수 효과’가 투표일까지 계속 이어지진 않는다. 한차례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단일화 자체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힘에 부칠 것이다.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한 차별화된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단, 네거티브는 안 된다. 네거티브 공세에 나서는 순간, 안철수 전 후보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진다. 두 사람이 구체적인 그림을 나름대로 제시하면서, 그 메시지가 잘 살아야 한다. 현재 안 전 후보의 지지로 형성된 ‘반짝효과’ 속에서 야권이 차별화 모멘텀을 잡아낸다면 투표율도 70% 안팎까지 오르리라 본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야권에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다. 세대별로 정치 성향이 다르고 투표율도 다른데, 전체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건 노년층에서 오르는 게 아니라 20~30대 젊은층에서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층은 야권 지지 성향이기 때문에 야권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의 지지에 힘입은 문 후보의 상승세는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박근혜 후보 쪽은 전통적 표밭인 부산·경남(PK) 표를 다소 내주더라도 호남과 충청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박 후보 쪽의 피케이 저지선인 35%가 무너지고, 문 후보가 목표치인 40%까지 득표하면 상황은 바뀐다. 호남에서도 ‘안철수 효과’ 덕에 야권 결집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이러다 안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열패감이 있었지만, 이제 ‘잘하면 되겠다’는 심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종 승자는 결국 문재인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원체 크다. 그밖에 다른 어떤 투표 동기에 견주더라도.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한겨레캐스트 #9] ‘박근혜 대통령’? ...“단일화 효과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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