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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무상보육 재원, 교사 처우개선·보육 질 관리 집중돼야”

등록 2012-11-28 21:27수정 2012-12-10 08:52

유권자와 함께하는 눈높이 정책검증
② 보육·여성 재취업

무상보육 관련 정책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여전히 최대의 관심사다. 보육이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담론’이 확산된 점도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야 대선후보가 내놓은 보육과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정책이 ‘눈높이 정책 검증’의 두번째 검증대에 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모두 만 0~5살, 전 계층 아이들에게 무상보육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다양한 보육 및 육아휴직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소수의 응답자들이 참여하는 ‘표적집단 심층좌담’(Focus Group Discussion)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눈높이 검증’에는 직장맘, 전업맘, 보육교사 등 6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이들은 사전에 <한겨레>가 제공한 각 후보들의 보육 및 여성 경력단절 방지 공약을 숙지하고, 같은 세대 주변 부모들과 의견을 나눈 뒤 좌담에 참석했다. 좌담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되기 전인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사회정책연구소에서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했다. 단일화가 이뤄짐에 따라 박 후보와 문 후보 공약 중심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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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및 양육수당

한귀영 대선 후보자 모두 만 0~5살 전계층 무상보육 공약을 내놨다. 박근혜 후보가 0~5살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주겠다고 하고, 문재인 후보는 아동수당을 장기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여러분의 의견은?

강순영 무상보육 찬성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원이 한정돼 있으니 양육수당을 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보육시설 질 관리와 교사 확충에 투자하면 좋겠다. 어린이집 교사 문제 심각하다. 현재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보면, 만 0살 아이인데도 파트타임 교사가 아이들을 돌본다. 0~3살 아이들에게는 주양육자가 중요하다. 원장님께 건의해도 ‘종일반 선생님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만 2살 반은 대다수가 전업맘 아이들이다. 전업맘들은 오후 2시 정도면 아이들을 찾아가고, 직장맘 아이들만 남아 통합보육을 한다. 보육교사 처우개선과 보육의 질 관리 시급하다.

‘애 키우는데 돈 얼마 주세요’
공교육에 대한 관점 부족
장삿속 어린이집 놔두고
보육 질 논할 수 있나

서용희 저는 무상보육을 한다면서 (어린이집) 시설에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직접 부모가 돈을 받으면, 내가 내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문화센터나 다른 곳도 보낼 수 있지 않나. 전업맘들은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면 빨리 데려간다. 일찍 데려가니 시설로서는 돈은 (종일반처럼) 받고 얼마나 좋은가. 시설에 보내든 안 보내든 아동수당을 부모에게 주면 전업맘들은 굳이 어린이집에 안 보낼 것이다. 그렇게 하면 보육이 필요한 직장맘이 자리가 없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못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상보육으로 원장님들 배를 불리기보다 아동수당으로 부모나 친인척이 돌보는 쪽으로 지원을 확대하면 좋겠다.

전병희 저는 그런 생각들은 “애 키우는데 돈 주세요”하는 것이지, 공교육에 대한 관점이 부족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양육 부담이 없어야 여성들이 일을 하는데, 국가가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기본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여부다. 지금 우리 현실은 국공립 어린 집 비율은 낮고, 민간어린이집 비율은 높다.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장사하는 곳이라는 말도 공공연하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어린이집에 문제 생겨도 고발할 수 없다. 원장들, 블랙리스트 작성해 눈에 벗어나거나 문제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을 재취업하지 못하게 한다. 보육 정책은 이렇게 디테일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저는 박근혜 후보는 기존에 사적으로 자기 배 불리는 원장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표를 얻으려는 공약으로 보인다. 기존 방향에서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가정에서 보육 서비스?
다양한 욕구 충족 ‘그럴싸’
불안하고 위험한 발상
문·안 공약 섞으면 좋겠다

심선혜 보육이 공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다른 돌봄과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생애주기별로 다 같은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무상보육이 나쁘게 보이는 현상이 안타깝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를 맡기려고 하니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었다. 원장님들이 ‘노는 엄마들이 많이 맡겨서 그렇다’고 말하더라. 무상보육을 찬성하지만, 이 모순적 상황을 접하면서 힘들었다.

한귀영사실 ‘노는 엄마’는 없다. 개념이 그렇게 규정되어서 그렇다.

무상보육 찬성하지만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조손 가정·홀아빠 가정엔
가사 도우미가 절실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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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심선혜 재정이 없어 (무상보육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을 ‘노는 엄마’를 희생양 삼아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보육 서비스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누가 단정해서 판단할 수 있나. 저도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재직증명서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비정규직들, 파트타임 종사자는 전업맘인가, 직장맘인가. 보육 서비스는 보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공약을 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어서 단일화 이후에 관심이 많다. 박 후보 공약을 보고 ‘이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돌봄형, 종합형, 보육교사 파견형 3가지 형태라는 공약은,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서비스 형태로 보이지만 이것은 매우 불안한 고용 형태다.

김서하 저는 서울시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을 오랫동안 했다. 그래서 세 후보 공약을 보니, ‘예산은 어디서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 분들 보육교사 하는데, 원장들 눈치를 많이 본다. 3호봉 이상 되면 월급이 높아지기 때문에 원장들 눈치보고 알아서 나간다. 당연히 (후보들의 공약처럼 보육교사들) 정규직으로 되어야 한다. 그럼 돈은 어디서 나오나? 그 부분이 구체적이지 않다. 무상보육 찬성하지만, 단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상위 몇 %에게 준다는 것은 예산 낭비다. 박 후보 공약 중에서 그나마 괜찮게 느낀 것은, (심선혜씨 주장과 반대로) 종합형, 가사형, 아이돌봄형으로 서비스 다양화하겠다는 공약이다. 사회복지를 담당하면서 미혼모나 한 부모 가정을 많이 접했는데, 보육문제가 가장 문제였다. 아빠 혼자 있는 가정은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 다행히 24시간 어린이집이 있어서 맡기지만 가사는 꽝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키우고 싶지만 이런 서비스가 전무하다. 어쩔 수 없이 보육원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한테는 ‘가사+아이돌봄’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조손 가정에서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할 때도 가사를 돌봐주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런 공약이라면 괜찮게 활용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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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혜공약은 공약일 뿐이다. 총선 때 공약 보면서 기대했는데 안 지키더라. 세부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공약에서 그 방향성을 읽어야 한다. 박 후보 안에 대해, 그렇게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에 돌봄서비스를 주는 일자리는 얼마짜리 일자리가 될까? 가사, 육아가 매우 강도높은 힘든 일인데, 80만~100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질 좋은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다. 보육시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하고, 모든 서비스를 가정에서 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렇게 파견된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위험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전병희 후보들 공약을 보면 좀 더 현실에 대해 알고 꼼꼼하게 짚은 쪽은 안철수 후보다. 문재인 후보는 너무 이상적인 것 같다. 어린이집의 가장 큰 문제는 특별활동비다. 0살 아이에게 무슨 특별활동이 필요한가. 0살 아이들에게도 특별활동 명목으로 어린이집 원장들이 돈 벌려고 한다. 안 후보의 특별활동비 제한 공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박민정 맞다. 어린이집 관리·감독이 가장 시급하다. 모두 급식이나 폭행 부분만 얘기하지, 교육의 질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구청에서 관리·감독을 한다지만 1회성에 그친다. 어떻게 보육의 질을 끌어올릴지에 대한 공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육아휴직 늘린다지만 작은 기업·비정규직엔 먼 얘기”

지난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열린 ‘눈높이 정책 검증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각자 서로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민, 강순영, 전병희, 심선혜, 한귀영, 서용희, 김서하씨.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열린 ‘눈높이 정책 검증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각자 서로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민, 강순영, 전병희, 심선혜, 한귀영, 서용희, 김서하씨.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모성보호 및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한귀영모성보호 및 여성의 재취업 관련 공약 관련해 말해 달라.

서용희 결혼 전 (그래픽) 디자이너 일을 했다. 작은 회사에는 육아휴직이 없다. 그냥 사표 내야 한다. 육아휴직 보장은 큰 회사 다니는 사람들, 공무원들, 연봉 많은 분이 누린다.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누릴 수 없다. 3개월, 6개월짜리 아이를 키우기 위해 사표를 냈다. 나름 전문직이라고 생각해 1~2년 아이 키우고 다시 일하려 했다. 그런데 디자인 분야, 너무 빨리 변해서 재취업하기 어려웠다. 야근도 많고 마감날에 인쇄 사고 터지면 밤새워 일해야 한다. 남편도 프로그래머라 퇴근시간 불규칙하다. 그래서 10년 내내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다.

강순영 육아휴직은 급여인상보다 확실한 보장이 법제화돼야 한다. 사회적 시선도 중요하다. 정보통신(IT)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육아휴직했다가 복직해도 도저히 애 키우기 힘드니까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 내가 저 사람과 일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데, 아이 때문에 퇴근이 보장되는 다른 직군으로 빠져나가는 사람 보면 안타깝다. 그런데 회사 쪽이나 남자들은 “여자는 저래서 안돼”라고 말한다.

심선혜 얼마 전 들은 얘기인데, 보육교사들이 임신한 다른 교사를 미워한다고 하더라. 일이 힘든데 임신을 하면 몸을 사리면서 힘든 일을 다른 교사에게 맡기니까 그렇다고 한다. 이 얼마나 후진적인 발상인가. 이런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육아휴직이 단순히 출산 이후에 잠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아니라, 좀 더 확대되고 확실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강제력이 필요하다.

서비스 일자리 40만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
보육교사 48만명 일 못구해
재취업땐 경력 무시돼

박정민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을 잘 아는 교사 한 명이 추가로 배치돼야 한다. 대체교사처럼 그때그때 구하는 게 아니라, 200만원이든, 300만원이든 계속 돈이 나가더라도 교사 한 명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김서하 재취업 관련해 박 후보가 말한 ‘새로일하기센터’ 수를 늘리는 것은 예산 낭비다. 새로 늘리면 그 사람들 역시 비정규직일 것이라 효과적이지 않다. 육아휴직을 강제화한다면 철밥통인 공공기관부터 할 게 아니라 3인 이하 영세사업장부터 먼저 했으면 좋겠다. 대기업, 공기업부터 (육아휴직 등) 이런 보장들도 되니 다들 대기업만 가려 하지 않나. 이런 예산 지원은 주5일 근무도 못하는 열악한 사업장, 10인 이하 기업부터 지원했으면 좋겠다.

심선혜 문 후보의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지원이 제대로 되길 바라고, 서비스 일자리 최소 40만개 창출은 다시 재고하길 바란다. 부정적이다. 노무현 정권 때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저질 일자리로 확충되면서 보육교사들 똥값이 됐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으로 보육, 간병, 요양 강조하면서 이렇게 됐다. 보육교사 자격증 딴 사람 68만명이고 거기서 20만명 밖에 일하고 있지 않다. 있는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면, 재취업할 때 괜찮은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왜 재취업할 때 커리어 다 무시되고, 간병인과 청소노동자로 더 낮은 곳으로 가야 하는가.

서용희 여성창업 지원을 좀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 현재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너무 열악하고 말만 사회적이다. 마이너스 기업이다. 여성창업인이 많아지고 창업을 통해 이런 여성들의 속내를 아는 기업이 많아지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그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공약은 없는 것 같다.

정리/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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