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의 딸 최순실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 <한겨레> 자료사진
2012 대선주자 탐구|박근혜③ 최태민 일가의 재산
최태민은 1994년 5월1일 서울 강남의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둔다. 이 소식은 같은해 7월이 돼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중앙일보>에 실린 두 문장짜리 부음 기사엔 “최씨는 최근까지 근혜씨의 생활비를 대주며 재산관리인 행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최태민이 박근혜의 재산관리인이라면, 그가 생전에 굴렸던 자산은 박근혜의 재산인 셈이다. 그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박근혜를 처음 만날 때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재산이 없었던 최태민의 딸들이 지금은 자산가가 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최태민의 딸들은 강남 일대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최태민의 5번째 딸로 육영재단 분란에 등장하는 최순실은 32살 때인 1988년 7월 2명과 공동명의로 신사동에 661㎡(200평) 규모의 땅을 사들였다. 1988년 12월과 1996년 7월에는 공동지분을 차례로 사들여 단독소유주가 됐다. 2003년 7월엔 이 땅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건물(ㅁ빌딩)을 지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 건물 시가가 160억~200억원대라고 말한다.
남편 정윤회씨 운영했던 얀슨 입주
직원들 “빌딩 관리가 주업무”
엘리베이터 안서는 등 출입통제 ㅁ빌딩 5층엔 최순실의 남편이자 한때 박근혜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가 대표이사인 ㈜얀슨이 입주해있다. 얀슨은 1994년 커피 및 커피기계의 수입·판매, 승마장업, 체육관련용품 수입·판매, 휴게실업 등의 업종을 신고했지만 2001년에 삭제했고, 곧이어 교육디지털콘텐츠 제작·유통·판매·컨설팅, 도서 출판 및 판매 등을 신고했다가 2003년 삭제했다. 같은 해 의류 및 가구의 수입·판매도 신고했으나 삭제했다. 2003년 말엔 국외 이주자 모집·알선, 이주신고 대행, 이주 상담 및 안내 등의 업종을 신고해 오늘에 이른다. 1993년부터 얀슨의 감사로 등기돼, 현재 얀슨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문아무개(50)씨는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다 잘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회는 이밖에 1994년~96년 기간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얀슨’이라는 제과점을, 1995년~99년 기간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풍운’이라는 일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얀슨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얀슨의 주업무는 ㅁ빌딩의 관리”라고 말했다. 이 건물에 입주한 업체 관계자들도 “입주 계약은 얀슨과 맺었다. 건물 관련 사항은 얀슨과 논의한다”고 했다. 한 입주자에게 정윤회의 사진을 보여주자, “얀슨 사장님이 맞다. 가끔 오신다”고 했다. 부동산중개업자에게 물어보니 4층의 경우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50만원에 입주할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접근성이 좋은 1·2층이 임대료가 더 높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얀슨 사무실엔 책상이 4개 있었지만 만날 수 있는 직원은 3명이었다. 서무 담당자의 책상 위에는 건물주 최순실 앞으로 온 각종 요금납부통지서가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렸고, 정윤회나 최순실에 대한 질문엔 “여기 안 나오신다.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무실도 평소엔 얀슨이 있는 5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고 계단 쪽 출입문도 잠가놓아 들어갈 수 없었다. 직원들이 드나들기 위해 열어둘 때만 출입이 가능했다.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살았던 6층은 시종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사 갔다”는 말도 있지만, 그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최순실은 이보다 앞서 29살이던 1985년 9월 ㅁ빌딩 맞은편의 대지 357.8㎡(108평)를 임아무개씨와 공동매입해 지상 4층 건물을 지었고, 1987년 5월 공동지분을사들여 단독소유주가 됐다. 박근혜가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에서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재단 개입 논란으로 직원들의 반발이 한창이던 시기에 땅도 사고 건물도 지은 셈이다.
이 건물 3층엔 최순실이 운영하던 ㅊ유치원이 있었다. 최순실이 유치원과 별도로 운영했다는 종합학원, 연구소 등도 이 건물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은 이 건물을 2008년 2월 ㄷ저축은행에 팔았다. 당시 이 건물은 50억원을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순실은 이밖에 1995년 정윤회와 공동으로 서울 역삼동의 대지 354.1㎡(107평)을 사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의 다가구용 단독주택(19세대)을 지었다. 전형적인 ‘원룸촌’에 위치한 이 건물은 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부부가 배아무개씨에게 이 건물을 매각한 시점(2002년 1월)은, 정윤회가 자신이 대표로 있던 ㈜얀슨의 대표이사직을 최순실에게 넘긴 때와 일치한다. 다음달 박근혜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이라는 정당을 창당해 일시적으로 독자노선을 걷는데, 정윤회는 이때 비서실장을 맡았다.
<월간조선>(2007년 7월호)은 최순실이 27살 때인 1983년 서울 역삼동의 대지 149.1㎡(45평)을 산 적도 있다고 전했다. 잡지는 최태민의 여섯째 딸도 29살 때 남편 서아무개씨 등 3명과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581㎡(176평)을 사들여 지분 4분의 1을 소유했다고 보도했다. 남편 서씨의 지분은 4분의 2였다. 이들 부부가 1991년 9월 이곳에 지은 지하 4층 지상 9층 규모의 건물은 당시 최소 150억원대였다고 했다. 이밖에 최태민의 넷째 딸도 남편과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빌라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어머니 임아무개씨가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딸도 1988년 8월 남편과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동에 아파트를 샀다가 2004년 12월 매각했다고 했다. 이들 형제와는 달리, 임씨가 아닌 다른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은 “그다지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박근혜 처음 만날 당시의 최태민
전세 전전하는 등 형편 어려워
수사자료엔 비리혐의만 44건 기록
최태민이 생전에 살았던 거주지와 그 자녀들의 거주지가 박근혜의 자택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근혜의 삼성동 집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최태민이 살았고,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소유했던 역삼동 건물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박근혜는 <월간조선>의 서면 인터뷰에서 “집이 거기였다는 것도 처음 듣는 얘기지만, 성심껏 답변을 드리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를 생각하니 여간 불유쾌한 게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형제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고, 과거 최순실 쪽은 각종 부동산 매입 자금에 대해 “유치원 운영이 잘 돼서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유치원의 성공적인 경영이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운영 개입 논란과 무관한지도 규명될 필요가 있다. 당시 최순실은 어린이회관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유치원과 학원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 경위를 따질 만큼 신경을 썼다는 보도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부당 해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근혜는 2007년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최태민씨나 최순실씨가 결코 육영재단 일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정면 부인했다.
만약 최순실의 부동산 보유 규모가 유치원 경영 성과를 뛰어넘는 규모라면, 20~30대였던 최순실의 나이를 감안할 때 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상당 규모의 자산을 물려받았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최태민은 박근혜를 만나는 시점까지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최태민에 대한 ‘수사자료’를 보면, 그는 1973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건물 3층(16평)에 전세로 입주해 “불교·기독교·천도교를 복합해 창업한 영세계의 교리인 영혼합일법을 주장하는” ‘교주’ 행각을 벌였고, 이듬해에도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가정집에 전세로 들어가 같은 일을 했다. 1974년 8월엔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건물 2층(36평)에 입주했지만, 박근혜와의 첫 만남(1975년 3월) 전까지 더이상의 기록은 없다.
수사자료는 최태민이 박근혜를 앞세워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통해 부당하게 치부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수사자료가 적시하는 최태민의 비리는, 횡령이 14건(2억2135만6000원), 사기가 1건(200만원), 변호사법 위반이 11건(9420만원, 토지 14만1330평), 권력형 비리 13건, 이권개입 2건, 융자간여 3건 등 모두 44건이다. 적힌 혐의는 아주 구체적이다. 봉사단 공금을 빼돌려 차명 계좌로 세탁한 뒤 승용차를 사는가 하면, 중앙정보부 복직, 공화당 국회의원 공천, 대령의 장성 진급 등을 빌미로 금품을 받기도 했고, 서울시 발주 공사를 수주하게 해준다며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최태민의 유족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각 당사자를 심문한 뒤 검찰에 수사를 하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사안인데, 혐의가 사실로 밝혀졌다면 진작에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법적 처분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최태민은 결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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