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0일 안철수 대선 후보가 성남시 분당구 안철수연구소를 방문해 이사회의장직을 사퇴하는 퇴임사를 마친 뒤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연구소를 떠나고 있다. 뉴스1
2012 대선주자 탐구 l 안철수 (하)
안랩 경영 시절
안철수 대선 후보는 2001년 펴낸 저서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비영리법인 형태의 컴퓨터 바이러스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1995년 3월 주식회사 형태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현 안랩)를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애초 비영리기관으로 구상했고 “창업을 하면서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을 정도로 급작스런 기업인 데뷔였지만, 주식회사 안랩은 금세 자리를 잡아갔다. 창사 5년만인 2000년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2004년에는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수주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안랩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4~2012년 9년 연속 능률협회 선정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벤처 부문 1위, 윤리경영 대상,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상, 한국에서 가장 명성 높은 기업 등에 여러차례 이름을 올렸다. 실적과 평판 모든 면에서 큰 성취를 이룬 셈이다. 일본이 보안시장을 외국기업에 다 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안랩의 성공은 국가 차원에서도 돋보이는 성과였다.
■ ‘유능하고 착한 경영자’ 신화의 주인공
그런 성공은 최고경영자(CEO·1995~2005년)와 이사회 의장(2005~2012년)으로 재직해온 안 후보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가장 소중한 가치관은 정직과 성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등 안 후보의 소신은 안랩의 기업 원칙이기도 했다. 그는 “외형만을 부풀리는 경영은 필연적으로 부실을 초래한다”, “최고경영자는 회사 돈과 내 돈에 대한 구별이 강박증 수준이 되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인) 투명경영이 왜 우리 시대 기업경영의 화두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원이 다른 경영철학을 강조하고, 실천했다. 경영실무 면에서는 무차입 경영을 실천했고, 인터넷 보안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안랩 관계자는 그런 안 후보를 두고 “원칙주의자였다. 책을 돌려본다든가 해서, 가치관이나 철학을 공유한 뒤 일을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며 “젊은 직원들끼리 ‘사장님이 과연 화장실은 다닐까?’라며 우스갯소리를 나눌 정도로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위주의와도 거리가 멀어 최고경영자 시절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았다.
■ 영업이익 대부분 배당·자사주 매입에 사용
하지만, 그런 안 후보의 경영이 ‘진보적이냐’라는 질문을 만났을 경우엔 답변이 쉽지 않다. 경제·사회적 이슈들에 관해 보통의 경영자들과 별다를 바 없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배당을 과다하게 하는 등 주주자본주의에 경도됐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안랩은 2004년 자사주 30만주(41억원)를 매입했고, 그와 별도로 15만여주(22억원)를 매입·소각했다. 또 배당으로 29억여원을 썼다. 영업이익(103억원) 대부분을 ‘주주 잔치’에 쓴 것이다.
2005년과 2006년에도 각각 72억원(배당 38억원, 자사주 매입 34억원)과 75억원(배당 37억원, 자사주 매입 38억원)을 주주들을 위해 썼다. 2007년에는 배당에 43억원, 자사주 매입에 94억원을 사용해 그해 영업이익(117억원)보다 20억원이나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뿌렸다. 2008년에도 배당 32억원, 자사주 매입 51억원, 자사주 소각 22억원 등 영업이익(97억원) 이상을 주주들에게 썼다. 지난해에도 8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자사주 39만여주를 사들였다. 매입한 자사주는 2010년 한차례 100만주(237억원)를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했고, 올해 6월 말 현재 139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했고, 그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이는 바로 대주주였던 안 후보 자신이었다. 안랩 관계자는 “주주가치 극대화가 (기업 활동의) 핵심가치 중 하나였고, 그런 면은 좀 비판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직·성실 강조한 경영철학
권위주의와도 거리 먼 성품 과도한 주주배당 등은 입길에
윤리·상생경영 실천엔 의문
백신 무료배포 “과대포장” 지적도 ■ “안랩도 납품가 깎기 등 횡포 부려” 증언 더 근본적으로는 안랩이 과연 평소 알려진대로 윤리 경영, 상생 경영을 펼쳤느냐는 의문도 있다. 2000년대 중반 안랩의 하청을 받아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갈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한 업체 사장은 “당시는 안랩의 영업이익률이 20~30% 수준이었고 영업이익도 100억원을 넘던 시절인데, 납품가격을 어찌나 후려치던지 그 뒤로 다시는 거래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며 “당시 안 후보가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후려치는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칼럼을 썼는데, 이 칼럼을 스크랩해 실무자에게 보여주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래 관계에 있어 ‘갑’의 횡포를 부리는데서 안랩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네트워크 장비는 대만에서 들여오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오이엠(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개발한 것인데, 안랩은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선전했다”고 말했다. 안랩의 성공을 두고서도, 안 후보는 저서에서 “애국심에 기대지 않고 제품기획 등에서 살길을 찾아나섰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보안업체의 한 임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아는 사람인 만큼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는) 업계의 기대가 크다”면서도 “경영자 시절 보인 리더십은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안랩은 업계 맏형이었다. 경쟁은 경쟁대로 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후발주자들을) 포용하고 공유·협조하면서 시장 자체를 키워가야 하는데, 안랩은 항상 자기 것만 지키려는 전략을 취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인터넷 보안업계에 업체들의 협의체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 개인용 V3 백신 무료배포 과정에 무슨 일이? 안랩의 기업이미지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개인용 V3 백신 무료 공급’ 또한 내막을 알고 나면, 거품이 많다는 주장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7년 네이버에서 개인용 피시(PC) 무료 백신을 배포하려 하자 안랩이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극력 반발했다. ‘대기업(네이버)이 영세한 보안업체들을 다 죽이려고 한다’는 프레임 공격에 네이버가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보안업계 후발업체인) 이스트소프트에서 갑자기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 ‘알약’을 무료로 배포하고 나오고 다른 포털들이 이에 가세하자, 안랩도 어쩔 수 없이 무료로 배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랩 전직 직원은 “영업 출신인 대표이사는 무료화에 반대했지만, 안 의장이 강하게 밀어붙여 무료 배포를 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안랩이 기업 시장에 집중하며 돈을 잘 벌자 개인용 V3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그 틈에 알약이 무료로 나와 인기를 얻었고, 그런 상황에서 안랩이 과감하게 개인시장을 포기하고 무료로 전환하면서 V3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돌이켜보면, 전략적으로 잘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BW 헐값인수 논란…안후보에 엄청난 평가익 안겨
안랩 상장 전 BW 저가 발행
무상증자·액면분할 거치며
안후보 1년만에 10배 평가익 신주인수 법률적 하자 없지만
회사차원선 발행이유·실익 없어 안철수 후보를 둘러싸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인수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논란도 있다.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는 1999년 10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25억원을 발행했다. 이자율 10.5%에 만기는 20년, 발행 1년 뒤부터 주당 5만원에 주식청구 권리가 발생하는 조건이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란 일정기간 뒤 정해진 가격에 신주 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더해진 회사채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는 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안 후보는 3억3950만원을 회사에 내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전량 인수했다. 회사채 가액은 25억원(5만원×5만주)이었지만 이는 20년 뒤 상환액이었기에, 이자율을 역으로 계산해 가액의 10% 남짓만 내고 인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1년 뒤인 2000년 10월, 안 후보는 회사에 25억원을 지급하고 146만여주의 신주를 인수받았다. 1년 사이 주식 물량을 3배가량 늘리는 무상증자(1999년 10월, 5만원→1만7105원)와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이는 액면분할(2000년 1월, 1만7105원→1710원) 등을 거치며 주당 발행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주 인수로 안 후보의 지분율은 54.45%까지 늘었다. 1년 뒤 2001년 9월13일 안철수연구소는 주당 2만3000원에 코스닥에 상장돼, 안 후보는 1년 만에 10배 이상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2월 “(신주 발행) 당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장외거래가는 3만~5만원이었는데, 안 후보는 25분의 1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랩은 보도자료를 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당시 주주가 6명에 불과해 거래가격이 존재하지 않았고, 외부 전문기관에서 평가한 결과 주당 3만1976원이었지만 이보다 높은 5만원에 발행했다”고 반박했다. 강 전 의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안 원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종합하면, 안 후보의 신주 인수에 법률적 하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본질적으로 회사의 자금조달을 위한 방편인데, 회사에는 아무런 실속 없이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는데 활용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안 후보가 신주인수권부 사채 구입비용으로 회사에 낸 3억3950만원은 한달치 영업이익 정도에 불과한 액수다(1999년 매출 83억원, 영업이익 36억원). 안철수연구소는 그마저도 1년 뒤 이자 3000여만원을 붙여 안 후보에게 상환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이유와 실익이 없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 쪽은 “당시 경영권 안정을 바란 다른 대주주들이 안 후보에게 권유해 이뤄진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신주인수권 발행·인수는 상장 이전에 이뤄져 개미투자자들과는 무관한 일이다. 다만, 헐값에 특정인에게 넘어갈 경우 기존 주주들(기관투자가 포함 6명)에 피해가 간다.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지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시 주주들은 신주인수권 발행에 동의했다. 당시 2대 주주였던 삼성에스디에스(SDS)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투자회사(안철수연구소)와 투자자(삼성에스디에스)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관련 영상] <한귀영의 1 2 3 4> ‘21.9의 선택’…대선 캐스팅보트 40대 심층분석
<한겨레 인기기사>
■ MBC의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한겨레’ 비난
■ 쿨 유리 사망 오보, 숨진 여성 알고보니…
■ 삼성-백혈병 피해가족 ‘첫 대화’ 한다
■ 황장엽 수양딸 ‘수십억 사기’ 행각
■ 네덜란드서 세기의 ‘미술품 도난사건’
■ 니가 고생이다 아빠를 잘못 만나서
■ [화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권위주의와도 거리 먼 성품 과도한 주주배당 등은 입길에
윤리·상생경영 실천엔 의문
백신 무료배포 “과대포장” 지적도 ■ “안랩도 납품가 깎기 등 횡포 부려” 증언 더 근본적으로는 안랩이 과연 평소 알려진대로 윤리 경영, 상생 경영을 펼쳤느냐는 의문도 있다. 2000년대 중반 안랩의 하청을 받아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갈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한 업체 사장은 “당시는 안랩의 영업이익률이 20~30% 수준이었고 영업이익도 100억원을 넘던 시절인데, 납품가격을 어찌나 후려치던지 그 뒤로 다시는 거래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며 “당시 안 후보가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후려치는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칼럼을 썼는데, 이 칼럼을 스크랩해 실무자에게 보여주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래 관계에 있어 ‘갑’의 횡포를 부리는데서 안랩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네트워크 장비는 대만에서 들여오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오이엠(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개발한 것인데, 안랩은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선전했다”고 말했다. 안랩의 성공을 두고서도, 안 후보는 저서에서 “애국심에 기대지 않고 제품기획 등에서 살길을 찾아나섰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보안업체의 한 임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아는 사람인 만큼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는) 업계의 기대가 크다”면서도 “경영자 시절 보인 리더십은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안랩은 업계 맏형이었다. 경쟁은 경쟁대로 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후발주자들을) 포용하고 공유·협조하면서 시장 자체를 키워가야 하는데, 안랩은 항상 자기 것만 지키려는 전략을 취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인터넷 보안업계에 업체들의 협의체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 개인용 V3 백신 무료배포 과정에 무슨 일이? 안랩의 기업이미지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개인용 V3 백신 무료 공급’ 또한 내막을 알고 나면, 거품이 많다는 주장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7년 네이버에서 개인용 피시(PC) 무료 백신을 배포하려 하자 안랩이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극력 반발했다. ‘대기업(네이버)이 영세한 보안업체들을 다 죽이려고 한다’는 프레임 공격에 네이버가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보안업계 후발업체인) 이스트소프트에서 갑자기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 ‘알약’을 무료로 배포하고 나오고 다른 포털들이 이에 가세하자, 안랩도 어쩔 수 없이 무료로 배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랩 전직 직원은 “영업 출신인 대표이사는 무료화에 반대했지만, 안 의장이 강하게 밀어붙여 무료 배포를 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안랩이 기업 시장에 집중하며 돈을 잘 벌자 개인용 V3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그 틈에 알약이 무료로 나와 인기를 얻었고, 그런 상황에서 안랩이 과감하게 개인시장을 포기하고 무료로 전환하면서 V3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돌이켜보면, 전략적으로 잘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BW 헐값인수 논란…안후보에 엄청난 평가익 안겨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의결한 안철수연구소의 1999년 9월21일 이사회의사록. 안 후보 쪽은 이 의사록을 공개하며 당시 이사회에 안 후보 가족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사가 아니었던 강성삼(산업은행 파견)씨가 서명·날인한 점을 들어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무상증자·액면분할 거치며
안후보 1년만에 10배 평가익 신주인수 법률적 하자 없지만
회사차원선 발행이유·실익 없어 안철수 후보를 둘러싸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인수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논란도 있다.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는 1999년 10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25억원을 발행했다. 이자율 10.5%에 만기는 20년, 발행 1년 뒤부터 주당 5만원에 주식청구 권리가 발생하는 조건이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란 일정기간 뒤 정해진 가격에 신주 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더해진 회사채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는 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안 후보는 3억3950만원을 회사에 내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전량 인수했다. 회사채 가액은 25억원(5만원×5만주)이었지만 이는 20년 뒤 상환액이었기에, 이자율을 역으로 계산해 가액의 10% 남짓만 내고 인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1년 뒤인 2000년 10월, 안 후보는 회사에 25억원을 지급하고 146만여주의 신주를 인수받았다. 1년 사이 주식 물량을 3배가량 늘리는 무상증자(1999년 10월, 5만원→1만7105원)와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이는 액면분할(2000년 1월, 1만7105원→1710원) 등을 거치며 주당 발행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주 인수로 안 후보의 지분율은 54.45%까지 늘었다. 1년 뒤 2001년 9월13일 안철수연구소는 주당 2만3000원에 코스닥에 상장돼, 안 후보는 1년 만에 10배 이상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2월 “(신주 발행) 당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장외거래가는 3만~5만원이었는데, 안 후보는 25분의 1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랩은 보도자료를 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당시 주주가 6명에 불과해 거래가격이 존재하지 않았고, 외부 전문기관에서 평가한 결과 주당 3만1976원이었지만 이보다 높은 5만원에 발행했다”고 반박했다. 강 전 의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안 원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종합하면, 안 후보의 신주 인수에 법률적 하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본질적으로 회사의 자금조달을 위한 방편인데, 회사에는 아무런 실속 없이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는데 활용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안 후보가 신주인수권부 사채 구입비용으로 회사에 낸 3억3950만원은 한달치 영업이익 정도에 불과한 액수다(1999년 매출 83억원, 영업이익 36억원). 안철수연구소는 그마저도 1년 뒤 이자 3000여만원을 붙여 안 후보에게 상환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이유와 실익이 없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 쪽은 “당시 경영권 안정을 바란 다른 대주주들이 안 후보에게 권유해 이뤄진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신주인수권 발행·인수는 상장 이전에 이뤄져 개미투자자들과는 무관한 일이다. 다만, 헐값에 특정인에게 넘어갈 경우 기존 주주들(기관투자가 포함 6명)에 피해가 간다.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지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시 주주들은 신주인수권 발행에 동의했다. 당시 2대 주주였던 삼성에스디에스(SDS)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투자회사(안철수연구소)와 투자자(삼성에스디에스)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관련 영상] <한귀영의 1 2 3 4> ‘21.9의 선택’…대선 캐스팅보트 40대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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