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본회의 날치기 예고편”
야당 “이의제기 묵살 무효”…한나라 “절차 문제없다”
야당 “이의제기 묵살 무효”…한나라 “절차 문제없다”
한나라당이 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야당의 이의제기를 무시한 채 4대강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날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4대강 예산 원안 3조5000억원이 그대로 반영된 30조2144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처리 과정에서 대체토론이 생략되고, 위원장이 안건의 제목을 말하지 않았으며, 야당 의원들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효임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절차 시비가 일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병석 국토해양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35분께 4대강 예산이 포함된 ‘2010년 국토해양부 예산안’(의사일정 108항) 등에 대한 추가 질의를 중단한 채 ‘2010년도 기금운용계획안’ 등 의사일정 108~111항을 함께 묶어 “토론 없이 의결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의 있냐”는 이 위원장의 물음에 조정식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이의 있다”고 말했지만, 이 위원장은 표결 없이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며 가결을 선포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법을 무시한 날치기 처리”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이강래 원내대표)고 반발했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정하고, 포항 동지상고 출신의 이병석 국토해양위 위원장이 날치기를 한 것은 4대강 예산을 1원도 삭감하지 않은 채 청와대 지령에 따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것의 예고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강행처리에 대한 항의 뜻으로 오후에 예정됐던 본회의에 불참하는 한편 절차상 하자를 들어 국토해양위의 예산안 재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국토해양위 소속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상임위 증액분을 반영한 예산안 처리 행위를 4대강 예산 날치기로 비난하는 건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허천 한나라당 국토위 간사도 “예산안 처리는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상임위에서 4대강 예산 처리를 강행한 것은 4대강 사업을 예정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예결위에서도 야당이 대폭 삭감을 고집할 경우 일방적인 강행처리를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며 “4대강 예산에 대해서는 앞으로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 3조5000억원 중 1조원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삭감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어, 4대강 예산을 놓고 국회 예결위에서 또 한 차례 대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애 신승근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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