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의록 “다른 SOC 위축 우려” 지적하면서도 모호한 결론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건기산협)가 굴착기 현황을 축소한 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의 굴착기 수급조절 방침을 무력화하는 등 건설기계장비 시장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공급과잉 상태인 건설기계장비의 수요를 무시한 채,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내세우며 대규모 토목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한겨레> 12월7일치 2면 참조)
7일 김성순 의원(민주당)이 국토해양부를 통해 받은 정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 2차 회의록 내용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동원 건기산협 부회장은 “4대강 살리기 등 공공사업 활성화에 내수 판매를 기대하고 있는 시기에 (건설기계 장비의) 수급 조절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굴착기 수급조절 정책에 반대했다. 반면 정삼정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장은 “굴착기의 성능 증대를 고려할 때 (수급조절을 안 하면) 공급 과잉으로 굴착기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파열음의 원인은 하천 준설 등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효과가 부풀려진 데 있다. 정부가 유가 폭등 등의 영향으로 넘쳐나는 건설기계장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논리만 내세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장비 수급 검토’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 실시 후 늘어난 굴착기 수를 고려해 예상한 가동률은 지난해에 견줘 0.4% 늘어나는 등 그 효과는 극히 적다. 오히려 몸집이 비대해진 건설기계장비의 구조조정조차 4대강 사업 때문에 선뜻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의 막대한 예산으로 다른 사업이 위축돼 정작 ‘건설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지적도 나왔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건설정책관은 “4대강 사업 등으로 (건설기계장비의) 수급조절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일부 감액과 민간사업 위축으로 (남아도는 건설기계장비가 많아 가동률이 떨어지는) 건설기계 수급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수급 상황을 지켜보며 앞으로 상황을 모색한다”는 모호한 결론만 내린 채 지금까지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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