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확정발표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하부조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 후문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조직개편 후폭풍] 보수단체들도 “교육 포기하나”
인재과학부 개편안
교총·뉴라이트쪽도
일제히 비판 세례 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묶어 ‘인재과학부’로 바꾸겠다고 밝히자,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교육’이란 이름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교육부의 공무원들은 당혹해 했다. 교육단체들도 진보·보수 성향 관계없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한 서기관은 17일 “교육이란 이름을 없애다니 충격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지금까지의 관념을 버리라는 뜻인 것 같은데, ‘교육부 해체’처럼만 느껴진다”며 허탈해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전날 오전 ‘교육과학부’ 등을 예상하며 ‘부처 폐지는 모면했다’는 표정이었다가, 돌연 낯선 이름이 등장하자 아리송해하며 용어 풀이를 하는 둥 내내 술렁거렸다. 이들은 인재과학부의 정체성부터 또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부처 영어 이름을 ‘Ministry of Human Resources & Science(인적 자원 및 과학부)’라고 밝혔다. 인재가 ‘인적 자원’을 뜻하면, 지금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교육은 없어지고 인적 자원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인수위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출범한 인적자원정책본부는 오히려 1본부 3국에서 크게 축소돼, 1국만 남을 전망이다. 교육부 한 공무원은 “교육은 놓아두고, 인적 자원 개발에 신경쓰라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부처 이름 변경은 막바지에 급하게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인수위 발표 자료에 ‘교육과학부’란 이름이 남은 곳도 있다. 인수위 자문위원이 참여한 보수 성향 교육단체도 “단 하루 만에 공개적 논의도 없이 바꾸느냐”고 따졌다. 이름 교체로 ‘교육 양극화 해소’라는 국가의 중요한 교육적 책무가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복지 정책 기능에 역점을 둘 자리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교육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어 “이명박 정부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부로 수정하지 않으면 제18대 총선은 물론 새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 전혀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엘리트를 뜻하는 ‘인재’ 육성을 교육의 전부인양 착각한 이명박 당선인의 협소한 교육철학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교육을 ‘인재-인력’ 개념으로 접근하며 국가의 교육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때 이명박 당선인을 공공연하게 지지했던 ‘뉴라이트 계열’ 교육단체들도 “교육계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교육개혁을 실현하겠는가”라며 “사과하고 엉뚱한 이름을 거둬들일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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