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후보가 2일 경기도 일산 라페스타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로부터 음료수를 제공받고 답례악수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왜 문국현이 이명박 이길 후보인지 보일 것”
‘정동영에 양보’ 일축…“절차는 시민사회 일임”
‘정동영에 양보’ 일축…“절차는 시민사회 일임”
진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3일 ‘정면승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일화’라는 링을 마냥 피하기보다는 링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이기든 지든 승부를 겨뤄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문 후보 선대본부의 핵심 인사는 “4일 오전 문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누가 이명박 후보와 겨룰 수 있는 필승후보인지를 가려보자’는 취지의 단일화 수용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며 “다만, 단일화의 방식과 절차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시민사회에 일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시민사회에 대한 일종의 지원 요청이라고 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와 문 후보가 규칙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심판을 모셔다 경기를 치르자는 제안인 것이다. 문 후보는 또 단일화의 시한도 구체적으로 못박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한 날짜를 정하고, 그때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적인 완주 쪽으로 유턴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겠다는 심산이다.
문 후보가 이처럼 단일화에 적극 나서기로 함에 따라 정동영 후보와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는 중대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정 후보로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수라고 판단하고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겉만 보면 범여권 단일화 논의는 지난달 20일 상황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당시 문 후보는 재야 원로 등의 압박에 밀려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수용하면서도 정 후보 사퇴를 조건으로 달았다. 이 때문에 문-정 양 후보 사이 실무대화는 하루이틀 이어지다 결국 깨어졌다. 당시 문 후보 쪽은 약간의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고, 정 후보 쪽은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지율이 다시 주춤거리고 있었다.
이번은 문 후보 쪽의 고민이 좀더 깊다. 3일 보도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하강세를 보였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오차범위 안의 변동이지만, 절대적 지지율 자체가 높지 않아 변동 폭이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선거 날짜가 임박하면서 후보 통합 또는 단일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계속 외면하기에는 부담스런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가 무작정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 후보 쪽 인사들은 ‘단일화’라는 표현 자체를 꺼리면서 “문 후보가 왜 이명박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후보인지를, 진검승부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깔고 있는 것이다. 김갑수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번 단일화 협상의 걸림돌이 됐던 정 후보 사퇴 요구를 철회하는 한편, “우리 판단은 지금까지 동대문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는데, 이제는 잠실운동장에 가서 공을 차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들어가서 싸우겠다”는 말도 했다.
문 후보 쪽 전략은, 일단 단일화의 판을 만들어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단일화가 끝내 성사되지 않더라도 문 후보로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을 선택일 수 있다. 독자적으로 상승세를 타기는 역부족이고, 시간 여유도 얼마 없다는 판단 아래 단일화 협상 자체를 지지율 상승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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