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근혜 지지'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인가."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의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박 전 대표가 12일 비록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이회창 캠프 입장에선 `자력 우승'의 묘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회창 후보 지지층의 3분의 2 가량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박심'(朴心.박 전 대표의 의중)은 이회창 후보 지지율과 일정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

따라서 전날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대선 출마에 대해 "정도가 아니다"며 비판적 견해를 피력한 만큼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중 박 전 대표 지지자층 2~3% 포인트 정도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13일 오전 남대문 캠프에서 열린 팀장회의에서는 `지지율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 동요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후보 등록(25~26일) 이전까지 30% 대의 지지율을 달성하겠다는 캠프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이 후보 캠프는 지지율 제고 전략으로 `20~30대 신(新) 지지층 공략', `민생투어를 통한 우세지역 승기 굳히기', `BBK 공세 등 대(對) 이명박 각세우기' 등 크게 3가지 방안을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기존의 주(主) 지지 연령층인 50~60대의 성원은 그대로 이어가되,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로운 지지층으로 나타난 20~30대에 대한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97년, 2002년 대선과 달리 2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이 전체 연령대에서 2위권이다. 취업난 등 현실문제로 고민하는 20대들이 `원칙을 중요시하고 경험있고 거짓말하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이 후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때문"이라면서 "두 차례 대선에서 형성된 20%대의 지지층이 견고한 만큼 이 후보가 이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국대장정 전국투어'를 통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와 접전 중인 대전.충남,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경남 지역에서 승기를 잡아나간다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강도높은 `이명박 비판'도 자주 연출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전날 강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정말 정직하고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리더십인가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된 원고에 따른 것이 아닌 이 후보의 즉석 연설이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와 함께 캠프는 아직까지는 `BBK 의혹'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을 전후로 펼쳐질 BBK 정국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 후보측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구애'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측근들은 이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을 피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 명시적 지지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볼 때 아직 `이회창의 잠재적 우군'이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