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8일 낮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강삼재 전 부총재를 만나 이야기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난 일부 언론에 맞선 외로운 전사” ...선관위 고발은 “유보”
“출마를 하고 나니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인격살인과 같은 정도로 저에게 비판과 비난, 욕설을 퍼붓는다.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키는 형국에서 거대한 공룡 앞에 선 외로운 전사 같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이 아닌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말이다. 그는 12일 대전에서 열린 뉴라이트 대전포럼 강연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적인 언론보도에 대한 곤혹스러움을 호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가 이날 언급한 ‘일부 언론’은 지난 대선 때 자신에 대한 보도태도와 확연히 달라진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로서는 이들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에 더 속이 쓰렸던 듯하다.
실제 이회창 후보 캠프는 이날 오전 팀장 회의에서 “선거운동 할 시간도 얼마 없는데, 이렇게 두들겨 맞으면 회복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언론에 대한 초강경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혜연 캠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 후보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논평·사설은 언론자유를 남용해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불공정 행위”라며 “우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기사 및 사설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고발을 포함한 중지·경고·시정 명령을,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는 사과문 및 정정보도문 게재 등의 조처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방에서 이를 보고받은 이회창 후보가 “선거와 언론에 관한 중요한 사안인 만큼 내가 상경할 때까지 유보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일단 없던 일이 됐다. 현 상황에서 강경 대응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 이헌 변호사는 오후 브리핑에서 “후보가 법적 조처를 보류한 만큼 법률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법률 외적으로 언론사를 설득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다만 선관위를 방문해 구두로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전/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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