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김종수 jongsoo@hani.co.kr
대북 강경책, ‘북-미관계 개선’ 흐름과 역행
FTA 추진한 정부를 “좌파정권” 규정 부적절
‘경선불복’ 합리화하면서 법·원칙 강조 ‘이중적’
FTA 추진한 정부를 “좌파정권” 규정 부적절
‘경선불복’ 합리화하면서 법·원칙 강조 ‘이중적’
이회창 ‘출마선언문’ 사실관계 틀리거나 시대상황과 ‘충돌’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는 꽤 장황한 내용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었다. 그는 정계 은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출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불확실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바로잡기 △좌파정권 10년 종식 △법 기강 세우기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내세운 출마 명분은 대부분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또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시대착오적인 대북 정책=이 전 총재는 출마 결심의 ‘근본 이유’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을 들었다. 이 전 총재가 현재 유력 대통령후보 가운데선 가장 보수적인 이명박 후보를 가리켜 ‘햇볕정책의 계승자’로까지 몰아붙인 걸로 미뤄보면, 이 전 총재 자신은 철저히 북핵 폐기와 경제협력을 상호주의에 입각해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출마 회견 ①] “좌파정권을 바꿔야 합니다”
[%%TAGSTORY2%%]
이 전 총재의 강경 태도는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시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냉전 시절의 남북관계로 되돌아가자는 주장과 같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북한도 베트남 등의 개혁·개방을 배우러 나선 현재의 상황엔 걸맞지 않아,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모두 경색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전 총재의 정책 기조는 ‘때려잡자 공산당’식 발상”이라며 “미국이 지금처럼 북-미 관계 개선의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이 전 총재는 ‘반미 우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좌파정권 종식’ 구호의 문제=이 전 총재는 연설문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좌파정권 종식”이란 말을 반복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 10년을 ‘좌파 정권의 집권기간’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이는 두 정부의 집권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시각에서 한 발짝 더 오른쪽으로 간 것이다. 한나라당내 일부 의원들도 간혹 현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당론으로 두 정부의 집권기간을 ‘좌파 집권’이라 규정하진 않는다. 학계에서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부르는 데에 동의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이회창 전 총재의 ‘좌파정권 종식’ 구호는 그의 출마를 합리화하려는 무리한 이데올로기적 구호라는 지적이 훨씬 많다. 이회창 출마회견 ③ “잃어버린 10년 반드시 끝낼 것” [%%TAGSTORY1%%]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좌파정권 종식’은 정확하지도 않고 대단히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구호”라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도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유무역협상(FTA), 비정규직법 통과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 등을 보면 좌파정부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 ‘법 기강 확립’ 강조=이 전 총재는 ‘법대로’라는 예전의 별명을 상기시키듯 ‘법치혁명을 이뤄내겠다’고 설파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해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꽤 자세히 말했다. ‘법과 원칙’이 노조 활동을 정조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대화로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드러난 현상에만 ‘법대로’를 강조하는 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문제해결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회창 출마회견 ②] “한나라당 후보의 태도가 불분명합니다” [%%TAGSTORY3%%] ■ ‘거대한 당체제’를 탈당 명분으로=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탈당의 소회를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나름대로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고자 고민하고 노력도 했으나, 거대한 당 체제 안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졌다”고 말했다. 자칫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당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깨고 조순 전 서울시장과 힘을 합쳐 한나라당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그는 당의 전폭 지원을 받으며 두 차례 대선을 치렀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감정적으로 분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이는 두 정부의 집권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시각에서 한 발짝 더 오른쪽으로 간 것이다. 한나라당내 일부 의원들도 간혹 현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당론으로 두 정부의 집권기간을 ‘좌파 집권’이라 규정하진 않는다. 학계에서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부르는 데에 동의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이회창 전 총재의 ‘좌파정권 종식’ 구호는 그의 출마를 합리화하려는 무리한 이데올로기적 구호라는 지적이 훨씬 많다. 이회창 출마회견 ③ “잃어버린 10년 반드시 끝낼 것” [%%TAGSTORY1%%]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좌파정권 종식’은 정확하지도 않고 대단히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구호”라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도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유무역협상(FTA), 비정규직법 통과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 등을 보면 좌파정부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 ‘법 기강 확립’ 강조=이 전 총재는 ‘법대로’라는 예전의 별명을 상기시키듯 ‘법치혁명을 이뤄내겠다’고 설파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해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꽤 자세히 말했다. ‘법과 원칙’이 노조 활동을 정조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대화로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드러난 현상에만 ‘법대로’를 강조하는 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문제해결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회창 출마회견 ②] “한나라당 후보의 태도가 불분명합니다” [%%TAGSTORY3%%] ■ ‘거대한 당체제’를 탈당 명분으로=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탈당의 소회를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나름대로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고자 고민하고 노력도 했으나, 거대한 당 체제 안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졌다”고 말했다. 자칫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당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깨고 조순 전 서울시장과 힘을 합쳐 한나라당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그는 당의 전폭 지원을 받으며 두 차례 대선을 치렀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감정적으로 분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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