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왼쪽)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7일 새벽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집을 방문해 이 전 총재의 부재 여부를 확인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다. 이 후보는 결국 편지만 남기고 돌아갔다. 제공
출마회견 통해 본 이회창의 전략
정직성·대북관·경제제일주의 정면 비판
“살신성인 결단” 막판 단일화 문 열어놔
시종 법과 원칙 강조…보수 바람몰이 시작 7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 기자회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얼굴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단암빌딩은 그가 두 차례 대선 실패 뒤 여러해 울분을 삭였던 개인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그는 닷새 동안 두문불출하며 직접 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첫 문장부터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냈다. “저는 그동안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이 정계은퇴 약속을 뒤집은 이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는 왜 안 되는지를 밝혔다. 이명박 후보는 국가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도덕성 문제가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따로 출마해도 이명박 후보를 직접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깨졌다. 12월19일 치러지는 17대 대선을 42일 앞두고 대선 구도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드는 순간이었다.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이명박으론 안 된다”=이회창 전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먼저 이 후보의 정직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다면 국민은 신뢰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은 이 점에 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대선자금 모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후보처럼 부정직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회창 출마회견 ②] “한나라당 후보의 태도가 불분명합니다”
[%%TAGSTORY1%%]
이 전 총재는 이어 이 후보의 국가 정체성을 거론했다.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이고,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게 이명박 후보의 애매모호한 대북관”이라고 공격했다. 한마디로 이 후보는 ‘사이비 보수’란 뜻이다. 이 후보를 중도로 밀어내며, 한나라당에서 이 후보에게 불만을 가진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정치적 속셈으로 읽힌다. 이 전 총재는 이 후보가 ‘경제’를 강조하는 것도 비판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에서 내건 대선 구호인 ‘성공하세요’를 비꼰 것이다. ■ “정권교체 위해 살신성인하겠다”=이 전 총재는 연설 말미에 “정권교체라는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없을 것”,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과, 자신의 지지율이 낮으면 사퇴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완주 여부를 묻는 질문엔 “전장에 나서면서 중간에 빠져나오려는 장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해,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원하는 강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살신성인’이란 말을 두고 2002년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최돈웅 전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미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총선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득실을 따지겠다는 것이지,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은 약한 것으로 보인다. ‘살신성인’은 명분을 합리화시키려는 기회주의적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 ‘경선 불복’에 대한 궁색한 해명=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경선이 끝난 다음에 나온 것은 경선 불복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대의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곧 정권교체라는 지상과제를 이루고자 나섰으니 절차적인 잘못은 봐 달라는 얘기다. 그가 회견문 서두에 “처절한 심정”, “돌팔매질을 달게 받겠다”고 말한 것도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자기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날 오후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에 대해 “역사를 한참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살신성인 결단” 막판 단일화 문 열어놔
시종 법과 원칙 강조…보수 바람몰이 시작 7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 기자회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얼굴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단암빌딩은 그가 두 차례 대선 실패 뒤 여러해 울분을 삭였던 개인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그는 닷새 동안 두문불출하며 직접 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첫 문장부터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냈다. “저는 그동안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이 정계은퇴 약속을 뒤집은 이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는 왜 안 되는지를 밝혔다. 이명박 후보는 국가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도덕성 문제가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따로 출마해도 이명박 후보를 직접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깨졌다. 12월19일 치러지는 17대 대선을 42일 앞두고 대선 구도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드는 순간이었다.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이명박으론 안 된다”=이회창 전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먼저 이 후보의 정직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다면 국민은 신뢰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은 이 점에 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대선자금 모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후보처럼 부정직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http://img.hani.co.kr/section-image/04/news/activ_1.gif)
이 전 총재는 이어 이 후보의 국가 정체성을 거론했다.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이고,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게 이명박 후보의 애매모호한 대북관”이라고 공격했다. 한마디로 이 후보는 ‘사이비 보수’란 뜻이다. 이 후보를 중도로 밀어내며, 한나라당에서 이 후보에게 불만을 가진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정치적 속셈으로 읽힌다. 이 전 총재는 이 후보가 ‘경제’를 강조하는 것도 비판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에서 내건 대선 구호인 ‘성공하세요’를 비꼰 것이다. ■ “정권교체 위해 살신성인하겠다”=이 전 총재는 연설 말미에 “정권교체라는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없을 것”,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과, 자신의 지지율이 낮으면 사퇴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완주 여부를 묻는 질문엔 “전장에 나서면서 중간에 빠져나오려는 장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해,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원하는 강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살신성인’이란 말을 두고 2002년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최돈웅 전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미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총선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득실을 따지겠다는 것이지,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은 약한 것으로 보인다. ‘살신성인’은 명분을 합리화시키려는 기회주의적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 ‘경선 불복’에 대한 궁색한 해명=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경선이 끝난 다음에 나온 것은 경선 불복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대의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곧 정권교체라는 지상과제를 이루고자 나섰으니 절차적인 잘못은 봐 달라는 얘기다. 그가 회견문 서두에 “처절한 심정”, “돌팔매질을 달게 받겠다”고 말한 것도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자기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날 오후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에 대해 “역사를 한참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