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총리 / 김종수 기자
[범여 대선주자 경쟁력 탐구] ① 이해찬
‘대통합 민주신당’(민주신당)의 출범을 계기로,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전의 막이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에 비해선 아직 지지율이 미약하긴 하지만, 범여권에서도 유력한 주자들이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선정한 범여권 유력 주자들의 경쟁력을 분석해 본다.
경쟁력 있다
“경험 풍부한 실력파 개혁주자”
방폐장 · 공공기관 이전 문제 성사
추진력에 개혁성 앞서 실력있는 후보
관료들에 ‘공포의 수첩’ 들이밀며 호통 이해찬 전 총리가 일을 잘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유능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의 업무 추진능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총리 재임 때 19년을 끌어온 방사성폐기장(방폐장) 문제를 매듭지은 일, 공공기관 이전을 성사시킨 일 등이 꼽힌다.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주민투표나 보상 방안의 법제화 등 구체적 아이디어가 모두 이 전 총리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현 공보특보는 “5선 국회의원에다 정책위의장을 3번이나 지낸 경험이 실리적인 정책 비전의 바탕”이라며 “갈등 조정능력과 리더십에서 앞서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평소 가지고 다니는 수첩은 업무 수행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소지품이다. 그의 와이셔츠 주머니에는 작은 구식 수첩(6×10㎝)이 늘 들어 있다. 작은 음식점 외상 장부로 흔히 쓰이는 수첩이다. 1989년 초선 때 쓰기 시작했는데, 정책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고,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수치도 적어 둔다. 총리 시절 관료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수첩’으로 불렸다.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첩을 꺼내 뒤져본 뒤 구체적 사례를 들이대며 호통을 쳤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일이 많을 때는 한 달에 2~3권씩 쓴다”고 말했다. 이해찬 한겨레 인터뷰
[%%TAGSTORY1%%] 이 전 총리는 범여권 대선 주자들 가운데 ‘정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명함을 갖춘 후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11개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2년반의 징역을 살았고, 1987년 6·10민주항쟁 때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황실에서 일하며 ‘운동권 꾀돌이’로 불렸다. 운동권 시절에도 사회과학서점인 광장서적과 돌베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일은 그의 현실적, 실리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에서 나온 정책 역량과 정통성·도덕성을 결합해 유능한 개혁 후보로 승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국정운영 경험을 내세워 실력 있는 후보로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온 충청권 출신(충남 청양)이라는 점도 다른 주자보다 유리한 점으로 평가된다. 그의 지지 기반인 친노 세력의 결집력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경쟁력 없다
“모난 성격 · 친노 ‘비호감’ 많아”
‘면도날’ ‘송곳’ ‘독사’ 등 별명
짙게 드리운 ‘노대통령의 그늘’ 약점
“외연확대 한계” 지적 많아 이해찬 전 총리는 성격이 모나다. 대체적인 평가가 그렇다. ‘면도날’, ‘송곳’, ‘독사’ 등으로 불렸는데, 최근에는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불법 유턴을 하다 적발된 자신에게 “왜 규정대로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느냐”며 교통의경을 경찰서에 넘긴 일(1997년)이나, 국회 대정부질문 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별 꼴 다 본다”, “한나라당이 나쁜 것은 세상이 다 안다”고 말해 국회 파행을 빚은 일(2004년) 등 숱한 사건이 쌓이면서 모난 이미지가 굳어졌다. 최근에는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 도중에 애초 인터뷰 취지와 다른 질문을 했다고 마이크를 집어 던진 일도 있었다. 이 전 총리 쪽은 원칙에 맞지 않거나 절차를 지키지 않는 일에 단호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은 대선 주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 전 총리는 5선 의원을 하면서도 원내대표·최고위원 등 당내 선출직에서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 전 총리의 보좌관 출신인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 운영을 무지 잘 하실 분이나, 국민들은 일 잘할 사람만 눈에 두고 선택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대중성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 공보특보는 “대선과 같은 큰 판에서 개인 캐릭터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에 있는 후보라는 점을 그의 최대 약점으로 꼽는 이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이 전 총리를 두고 “나와 천생연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비호감층이 많으면 지지율을 일정 이상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전 총리는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외연 확대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총리의 약점은 ‘외연확대 불가론’인 셈이다. 더구나 범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이 전 총리의 ‘친노’ 이미지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의 ‘권력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재야파 출신인 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총리가 출마 결심을 전하며 ‘치어보이로 나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핵심 참모는 “결론을 내리면 절대 뒤돌아 보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이지은 기자jieuny@hani.co.kr [한겨레 2007 대선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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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풍부한 실력파 개혁주자”
방폐장 · 공공기관 이전 문제 성사
추진력에 개혁성 앞서 실력있는 후보
관료들에 ‘공포의 수첩’ 들이밀며 호통 이해찬 전 총리가 일을 잘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유능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의 업무 추진능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총리 재임 때 19년을 끌어온 방사성폐기장(방폐장) 문제를 매듭지은 일, 공공기관 이전을 성사시킨 일 등이 꼽힌다.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주민투표나 보상 방안의 법제화 등 구체적 아이디어가 모두 이 전 총리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현 공보특보는 “5선 국회의원에다 정책위의장을 3번이나 지낸 경험이 실리적인 정책 비전의 바탕”이라며 “갈등 조정능력과 리더십에서 앞서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평소 가지고 다니는 수첩은 업무 수행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소지품이다. 그의 와이셔츠 주머니에는 작은 구식 수첩(6×10㎝)이 늘 들어 있다. 작은 음식점 외상 장부로 흔히 쓰이는 수첩이다. 1989년 초선 때 쓰기 시작했는데, 정책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고,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수치도 적어 둔다. 총리 시절 관료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수첩’으로 불렸다.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첩을 꺼내 뒤져본 뒤 구체적 사례를 들이대며 호통을 쳤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일이 많을 때는 한 달에 2~3권씩 쓴다”고 말했다. 이해찬 한겨레 인터뷰
[%%TAGSTORY1%%] 이 전 총리는 범여권 대선 주자들 가운데 ‘정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명함을 갖춘 후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11개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2년반의 징역을 살았고, 1987년 6·10민주항쟁 때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황실에서 일하며 ‘운동권 꾀돌이’로 불렸다. 운동권 시절에도 사회과학서점인 광장서적과 돌베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일은 그의 현실적, 실리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에서 나온 정책 역량과 정통성·도덕성을 결합해 유능한 개혁 후보로 승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국정운영 경험을 내세워 실력 있는 후보로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온 충청권 출신(충남 청양)이라는 점도 다른 주자보다 유리한 점으로 평가된다. 그의 지지 기반인 친노 세력의 결집력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이해찬이 말하는 이해찬
“모난 성격 · 친노 ‘비호감’ 많아”
‘면도날’ ‘송곳’ ‘독사’ 등 별명
짙게 드리운 ‘노대통령의 그늘’ 약점
“외연확대 한계” 지적 많아 이해찬 전 총리는 성격이 모나다. 대체적인 평가가 그렇다. ‘면도날’, ‘송곳’, ‘독사’ 등으로 불렸는데, 최근에는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불법 유턴을 하다 적발된 자신에게 “왜 규정대로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느냐”며 교통의경을 경찰서에 넘긴 일(1997년)이나, 국회 대정부질문 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별 꼴 다 본다”, “한나라당이 나쁜 것은 세상이 다 안다”고 말해 국회 파행을 빚은 일(2004년) 등 숱한 사건이 쌓이면서 모난 이미지가 굳어졌다. 최근에는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 도중에 애초 인터뷰 취지와 다른 질문을 했다고 마이크를 집어 던진 일도 있었다. 이 전 총리 쪽은 원칙에 맞지 않거나 절차를 지키지 않는 일에 단호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은 대선 주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 전 총리는 5선 의원을 하면서도 원내대표·최고위원 등 당내 선출직에서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 전 총리의 보좌관 출신인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 운영을 무지 잘 하실 분이나, 국민들은 일 잘할 사람만 눈에 두고 선택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대중성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 공보특보는 “대선과 같은 큰 판에서 개인 캐릭터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에 있는 후보라는 점을 그의 최대 약점으로 꼽는 이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이 전 총리를 두고 “나와 천생연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비호감층이 많으면 지지율을 일정 이상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전 총리는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외연 확대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총리의 약점은 ‘외연확대 불가론’인 셈이다. 더구나 범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이 전 총리의 ‘친노’ 이미지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의 ‘권력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재야파 출신인 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총리가 출마 결심을 전하며 ‘치어보이로 나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핵심 참모는 “결론을 내리면 절대 뒤돌아 보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이지은 기자jieuny@hani.co.kr [한겨레 2007 대선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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