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5.31 좋은 정책, 바른자치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여야 각 정당이 지방자치 개혁의 핵심과제로 꼽아온 주민소환제 도입이, 5·31 지방선거를 앞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오는 7월 4기 지방자치 정부가 출범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반발로 주민소환제 도입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이 제도의 도입이 사실상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월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이끌기 위해 250여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지방선거 시민연대’(공동상임집행위원장 하승창·김제선)와 <한겨레>가 5일 주민소환제법 제정에 대한 여야 5당의 의견을 확인해본 결과, 열린우리당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사실상 4월 국회 처리 포기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 제도의 남용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아예 입법 자체를 반대했고, 민주당도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은 찬성 의사를 밝히고, 4월 또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주민소환제는 부패하거나 위법한 행위를 한 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직접투표로 물러나게 하는 제도로, 여야 모든 정당이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를 200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2004년 총선 직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5·3 정치협약’을 통해 제도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병문 의원과 강창일 의원 주도로 2004년 7월과 2005년 11월 주민소환제법 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이들 정당은 지난달까지도 텔레비전 토론회나 공청회 등에서 법 제정 약속을 거듭 확인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관영 지방선거 시민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에게 입법을 약속했던 정치권이 지금 와서 부작용이나 위헌 소지 등을 들어 반대하는 것은 전혀 명분 없는 행위”라며 “정치권은 새 민선 지방자치가 출범하기 전에 반드시 이를 도입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이 주민소환제 도입에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것은, 이 제도가 마련된 뒤 ‘국회의원도 유권자들이 갈아치울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올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올해부터 지방의원이 월급을 받게 됨에 따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지방의원의 영리행위 금지에 대해선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 등 4당이 4월 처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제도의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지방의원 유급화 시행을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여,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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