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실명제 안하면 과태료” 선관위 실명방침 또 논란

등록 2006-03-31 17:32수정 2006-04-01 11:00

중앙선관위 인터넷실명확인안내 공고문.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
중앙선관위 인터넷실명확인안내 공고문.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
선관위 “선거질서 바로잡기, 실명인증 조처 없으면 과태료”
언론단체 “위헌판결도 안 났는데… 주민번호 도용돼 실효성 의문”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게시판 실명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을 게시하려면 행정자치부 장관이 제공하는 실명인증 방법으로 실명을 확인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선관위도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실명인증’ 표시가 없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이 게시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삭제해야 하고, 인터넷 언론사가 실명인증의 기술적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태료 부과의 구체 기준을 보면 실명 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처를 취하도록 명령을 받고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기준금액 500만원과 이행기한을 초과하는 날을 기준으로 1일 50만원씩을 추가로 물어야 한다. 또 실명 미확인 글의 삭제명령을 어기면 기준금액 100만원과 1일 20만원의 가산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 언론사닷컴, 독립형 인터넷신문과 지역 인터넷신문 등 전국 800여개 언론사 사이트는 이번 지방선거의 법정 선거운동기간(5월18일~30일) 이전에 실명인증을 위한 기술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 애초 선관위는 행정자치부 전산망을 통한 실명인증만 허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포털 등 언론사들이 추가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반대해 민간기관의 실명인증도 허용하기로 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조사팀 윤석근 팀장은 “온라인을 통한 부정선거운동이 오프라인보다 위협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선거기간 실명제 도입은 온라인 선거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중앙선관위 인터넷실명확인안내 미니홈피(town.cyworld.com/realname)
중앙선관위 인터넷실명확인안내 미니홈피(town.cyworld.com/realname)

언론단체 “실명제는 위헌적 사전검열법 즉각 중단” 성명


그러나 법 규정과 선관위의 의지와 별개로 실명제를 두고 논란은 뜨겁다. 민언련,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피디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민주노총 등 50여 개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는 30일 성명을 내어 “지방선거에 적용되는 게시판 실명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개련은 “인터넷 언론사만을 타깃으로 한 선거 게시판 실명제는 헌법이 보장한 정치, 사상의 자유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는 위헌적 악법이고 검열법”이라며 “전 세계에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희대의 악법”이라고 비난했다.

언개련은 실명제 반대 이유에 대해 “인터넷상의 불법선거운동을 막으려는 조처가 아니라, 특정 정당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차단하려고 도입되었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돼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위헌적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언개련은 △정치권은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해 게시판 실명제를 즉각 폐지할 것 △헌법재판소는 실명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지방선거 이전 판결할 것 △선관위는 과태료 처분, 사법처리 운운하며 실명제를 강요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2004년 총선때 도입, 시민단체 “위헌소송·불복종”으로 맞불

참여연대와 인터넷신문기자협회 회원등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2004년 2월17일 낮 여의도 국회앞에서 인터넷 실명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와 인터넷신문기자협회 회원등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2004년 2월17일 낮 여의도 국회앞에서 인터넷 실명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언개련의 반발은 2004년 총선 당시 실명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인터넷상의 흑색, 비방, 허위날조 등의 게시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공직선거법을 고쳤다. 언론·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인터넷기자협회와 인터넷신문협회, 정보인권단체 등은 2004년 3월18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인터넷 언론사들은 ‘실명제 불복종운동’으로 맞섰다.

결국 게시판 실명제는 17대 총선에서 실제 시행되지 못했다. 인터넷 언론사들의 반발과 함께 선관위가 스스로 이 법의 문제점을 인정한 까닭이다. 선관위는 △실명제 실시를 위한 전산망 준비 부족 △실명제 적용 대상과 비대상 인터넷언론사 간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도입을 유보했다. 17대 총선 뒤 실시한 몇번의 보궐선거에서도 실명제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가 첫 게시판 실명제 실시인 셈이다. 특히 이번 실명제 실시는 다음 대선과 총선의 예행연습의 성격도 있다.

“주민번호 위조, 포털에 악플이 없어졌나” 실효성 의문

하지만 상황은 인터넷언론사들이 대대적 불복종 운동을 벌이던 17대 총선 당시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전문가들은 실명제의 위헌성뿐 아니라 주민번호 위조가 판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김경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국장은 “17대 총선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며 “실명제 반대와 불복종이라는 원칙적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포털이나 중앙 언론사 사이트는 현재도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악플이나 비방, 흑색선전이 계속되는 것은 실명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법 취지와 무관하게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선거운동만 위축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신철호 포스닥(www.posdaq.co.kr) 대표도 “최근 주민등록 도용과 가상 아이피 개설, 해킹 사고 등이 급증하고 있어 실명제로 불법선거운동을 걸러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행자부 전산망에 연결해 실명인증을 하다가 뜻하지 않는 해킹사고라도 발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대표는 “명예훼손이나 흑색선전이 표현의 자유의 영역은 아니지만 실명제가 그것을 막으려는 대안도 아니다”며 “일시적 위축을 겪더라도 명백한 허위·비방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 인터넷 선거운동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중소규모 언론사들의 경우 행자부 전산망을 통해 실명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며 “현재까지 140여개 인터넷언론사가 실명 인증을 마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중립 가장한 최상목의 ‘특검법 여야 합의’…“내란 수괴 지지 선언” 1.

중립 가장한 최상목의 ‘특검법 여야 합의’…“내란 수괴 지지 선언”

최상목의 윤석열 체포 ‘지연 작전’…‘특검 합의’ 내세워 국힘 편들기 2.

최상목의 윤석열 체포 ‘지연 작전’…‘특검 합의’ 내세워 국힘 편들기

박종준 빠져도, 경호처 ‘김건희 라인’ 건재…“저항 명분 삼을 수도” 3.

박종준 빠져도, 경호처 ‘김건희 라인’ 건재…“저항 명분 삼을 수도”

‘후보 추천’ 수정한 내란 특검법에, 국힘 “수사 대상 무한정…반대” 4.

‘후보 추천’ 수정한 내란 특검법에, 국힘 “수사 대상 무한정…반대”

최상목 대행, 박종준 경호처장 사표 수리 5.

최상목 대행, 박종준 경호처장 사표 수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