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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촘촘해진 사이버부정선거 감시망 ‘약인가 독인가’

등록 2006-03-31 09:55수정 2006-03-31 17:27

5·31 지방선거를 120일 앞둔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이 발족식을 연 뒤, 감시단원들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비방·흑색선전 등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5·31 지방선거를 120일 앞둔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이 발족식을 연 뒤, 감시단원들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비방·흑색선전 등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불법 선거 뿌리뽑아야” - “선거운동 되레 위축”
#1. “아이디 ‘ㅁㅅ’은 한 사진 전문사이트 게시판에 2005년 12월2일부터 2006년 1월16일까지 ‘내년 지방선거 당선자명단’, ‘지자체 선거 스코어’, ‘차기 대통령 당선자’ 등의 제목으로 열린우리당을 반대하고 한나라당의 승리와 특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지지하는 글을 모두 74차례 올렸다.”

#2.“아이디 ‘Ta×××희’는 한 중앙언론사 게시판에 지난 2월9일부터 2월19일까지 ‘빨갱이 ×××의 김정일과의 밀약배경’, ‘빨갱이 ×××의 배신의 역사’, ‘민족을 팔아먹은 빨갱이 ×××의 뇌물’ 등의 제목으로 모두 51차례에 걸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아이디 ‘ㅁㅅ’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고, 가상 아이피를 사용해 계속해서 위반 게시물을 올렸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Ta×××희’도 17대 대통령 입후보 예정자 박근혜와 그의 직계존속(박정희)을 비방하는 글로 역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선관위 조사를 보면 아이피가 일본을 통해 흘러 들어왔고, 주민등록 조회 결과 사망한 사람의 주민번호를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터넷 선거위반 건수 증가, 3월24일까지 2416건 넘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불법선거운동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ㅁㅅ’, ‘Ta×××희’처럼 지방선거나 17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내용의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조사팀은 3월24일 현재 인터넷상에서 벌어진 선거법 위반 행위는 모두 2416건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발이 2건, 수사의뢰 12건, 경고 9건, 주의 20건 등이며 불법 게시물에 대한 삭제요청 건수가 2373건으로 나타났다. 선거법 위반 사례별로 보면 선거운동기간 위반(사전선거운동)이 1641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방·흑색선전이 418건, 기타 357건 등이었다. 선거를 60여일 앞둔 시점에서 인터넷이 비방, 흑색선전, 사전선거운동으로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선거부정감시팀 500명 5000여개 사이트 모니터링

중앙선관위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 미니홈피 (town.cyworld.com/cybergamsi)
중앙선관위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 미니홈피 (town.cyworld.com/cybergamsi)

선관위는 지난 2월 사이버선거부정감시팀을 꾸려 불법 선거운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보검색 자격증을 소지한 510명의 감시팀원들의 눈이 ‘불법 선거 운동’ 누리꾼을 ‘콕콕’ 집어내고 있다. 감시팀원들은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정치관련 사이트, 관공서 홈페이지, 지역 커뮤니티, 언론사 게시판, 시민단체 홈페이지 등 지방선거와 관련해 게시글이 오를 만한 곳은 모두 모니터링한다. 중앙 선관위가 220개 사이트를 중점 감시하고, 시도 선관위가 5000여개를 감시하는 등 모두 5200여개 사이트가 상시 모니터링 대상이다. 감시팀은 직접 검색은 물론, 금칙어를 지정하고 자동 검색기를 이용한다. 어느 때보다 촘촘한 그물이 쳐진 셈이다.

비방·흑색선전 등 7가지 집중단속 사항
표현의 자유와 법 위반의 경계는? 의도성과 계획성

선관위 삭제 요청 댓글. 선관위가 한토마(hantoma.hani.co.kr)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 선거법 위반 사실을 공지하고 있다.
선관위 삭제 요청 댓글. 선관위가 한토마(hantoma.hani.co.kr)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 선거법 위반 사실을 공지하고 있다.

선거기간 누리꾼들의 게시 글이 모두 선거법 위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는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비방 흑색선전 △선거에 영향을 미칠 패러디나 동영상 △패러디송, 엽기송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노래 △배너광고, 플래시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노래 △특정정당·후보자에게 유리·불리한 여론조사 공표 △선거관련 스팸메일 전송 △기타 선거법을 위반한 내용을 게시하거나 유포하는 행위 등이 중점단속 대상이라고 밝혔다.

윤석근 중앙 선관위 사이버조사팀장은 “누리꾼들이 선거와 관련한 자유로운 의사표시는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인터넷 선거운동을 무조건 처벌하고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집중점검 사항을 의도성과 계획성을 가지고 위반한 행위가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윤 팀장은 “수사의뢰나 삭제요청을 한 게시물은 상식적으로 볼때 명백한 비방·흑색선전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보장하되 흑색선전·비방은 철저히 막겠다”고 말했다.

사이버 불법선거운동 뚜렷한 증가, 유권자도 심각하게 인식

선관위가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을 꾸려 대대적 감시활동에 나선 배경에는 사이버 선거부정이 급증하는 현실 때문이다.

선관위가 사이버 선거 감시에 처음 나선 것은 2002년 지방선거부터다. 당시에는 사이버선감단이 없었으나 선관위가 일용직을 고용해 1200여건의 위반사례를 잡아냈다. 사이버선거 감시는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부정선거도 기승을 부렸다. 선관위는 2002년 대선기간 1만1000여건(고발 1건, 수사의뢰 60건, 경고 6건, 주의 4건, 삭제요청 1400여건)의 부정선거 행위를 적발했다. 선관위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때부터 사이버선감단을 가동했고 1만3000여건(고발 13건, 수사의뢰 58건, 주의·경고 220건, 삭제요청 1만2900여건)을 단속했다. 사이버선감단의 활동을 놓고 보자면 시간이 갈수록 사이버상 부정선거가 늘어나는 추세다.

유권자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 17대 총선 뒤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면 불법선거운동의 경험치에서 사이버 불법선거운동이 17.9%로 가장 높았다. 후보자간 인신공격·비방·흑색선전(13.3%)이나 학연·지연 유발 또는 유인물배포 행위(6.7%)보다 사이버상 불법선거운동의 경험치가 훨씬 높게 나왔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자면 선관위가 사이버 불법선거운동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왜 인터넷만 규제를 강화하나?
“표현의 자유 침해, 지나친 규제는 선거운동 위축시킬 수도”
선관위 “비방·흑색선전은 엄단, 지지운동엔 탄력성 보일 것”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2004년 3월28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도하게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2004년 3월28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도하게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선관위의 사이버 선거운동 규제를 놓고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가 고발과 수사의뢰, 게시글 삭제 등 지나치게 규제 위주로 가면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선거에 관심을 떨어뜨려 인터넷 선거운동을 오히려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송경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원(인터넷정치)은 “사이버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 선거운동의 형태는 오프라인에서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며 “오프라인 선거운동의 규제는 계속해서 완화하면서 온라인 선거운동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인터넷 선거에 대한 규제 위주 정책은 입법기관인 정치권이 인터넷에 대한 피해의식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2004년 2월과 지난해 8월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인터넷이 흑색선전과 비방의 온상으로 정치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운동기간 게시판 실명제 도입 등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선관위도 사이버선거감시단을 꾸려 부정선거를 막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계약직 직원을 크게 늘리는 등 몸집을 불렸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송 연구원은 “선관위나 정치권이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 위주로 가고,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정화운동에 대해선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인터넷 선거운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선거에 대한 무관심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기자협회 김경환 사무국장도 “사이버 선거운동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다보면 누리꾼들이 활발하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인터넷 선거운동의 긍정적인 면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윤 팀장은 “입후보 예정자에게 상시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이버 선거운동도 규제가 크게 완화되었다”며 “다만 비방·흑색선전에 대한 기준이 크게 강화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비방·흑색선전 등 부정적인 선거운동은 엄단하겠으나 지지운동 등 긍정적인 선거운동에는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충분히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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