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강원도 강릉세인트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인 ‘김은경 혁신위원회’(혁신위)가 당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앞으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이를 통과시키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 칼날이 민주당을 전방위로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상 권리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에 당내 이견이 큰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혁신위는 23일 2차 회의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과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했다. 윤형중 혁신위원은 “불체포특권은 의원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지만,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체포와 구속을 심사하는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포기’가 최근 잇단 체포동의안 부결로 ‘방탄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은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판단했다. 김남희 혁신위원은 “검찰 수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국회가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보다는 특권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재판 절차를 통해 사실을 밝히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혁신위 안에서도 상당한 격론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관계자는 “불체포특권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역할 때문에 주어진 헌법적 권리라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혁신위 관계자는 “(불체포특권 포기의) 대의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검찰 수사가 활발한 시점이라 당원들이 우려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혁신위 요구를 놓고 당내 반응은 갈린다. 계파색이 옅은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당에서 끊임없는 비리와 일탈이 이어지는 때라 혁신위 요구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불체포특권이 헌법에 규정된 상황에서, 법 제도를 고쳐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게 아니라, 서약서를 쓰는 방식으로 이를 포기하자고 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당론으로 채택되면 따르겠지만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정치적 승부수’로 유효했지만, 일괄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출하고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자는 것은 일종의 반정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쓰는 마당에, 대선 때 아예 폐지를 공약한 정당이 이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한 이재명 지도부가 첫번째 시험대를 맞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계파 구분 없이 검찰 수사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에 의원들 상당수가 부담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로서는 (혁신위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받아들이지 않기도’ 어려운 딜레마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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