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 좌판풍물시장에서 오징어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를 고리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자신과 당을 옥죄던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 반대 여론이 높은 오염수 방류 문제에 집중하면서 정부 견제의 중심에 서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2일 강원도 강릉 주문진을 찾아 수산업·관광업 관계자들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방류를 막기 위해 우리(정부)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상당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리끼리 우기고 주장한다고 그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가”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최근 ‘오염수 방류 문제’에 당력을 쏟고 있다. 전날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 100만명 달성을 알리는 보고대회를 연 데 이어, 7월부터는 서울을 시작으로 호남·충청·제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은 21일에는 태평양 도서국에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국제적 연대를 촉구하는 협조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쪽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좀 더 홀가분하게 대정부 투쟁을 선도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여당과 비명계 의원들의 공격 소재가 돼온 ‘방탄국회’ 프레임이 불체포특권 포기로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방탄 문제, 사법리스크를 가지고 더는 논쟁할 것이 없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이나 외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민생·경제·외교 안보 등 국회 본연의 일에 집중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비이재명(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유예된 것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명계 한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정은 그것대로 제대로 싸우되, ‘이재명 리더십’ 근저에 자리 잡은 사법리스크는 그것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배진교 원내대표와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강은미 의원(당 후쿠시마오염수저지TF 단장)은 이날 일본 도쿄를 찾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모임인 ‘원전제로 재생에너지 100 의원모임’과 간담회를 하고, 일본 사회민주당 의원들과 도쿄전력을 방문했다. 배 원내대표는 출국 전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의 의원들,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반드시 일본의 핵오염수가 무단으로 투기되지 않도록 의지를 모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3일에는 방사능 전문가와 함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태평양 도서국에 연대 촉구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괴담 선동이 통하지 않자, 나라 밖으로까지 괴담 선동에 나선 꼴”이라며 “귀를 의심할 정도의 비상식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