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다”며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4·19 혁명 63돌을 맞아 참석한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서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많이 봐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당선자 신분으로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 정신’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 기념식에서는 야당과 가짜뉴스 등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며 “4·19 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며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것은 가짜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바로 우리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리는 혁명 열사의 뒤를 따라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함께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4.19 혁명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 됐다”며 “어느 한 사람의 자유도 소홀히 취급돼선 안 된다는 4.19 정신이 국정 운영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도 깊이 스며들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4.19 혁명을 주도한 공적자 5명에게 건국포장증을 수여했다. 이날 기념식은 역대 대통령이 10주기 기념식에만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참석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60주년 뿐만 아니라 2021년 61주년, 2018년 58주년 등 4·19 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4·19혁명으로 이뤄낸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정부는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최근 460억원을 책정했다. 다른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에 투입된 예산과 견줘 최소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가보훈처에서 제출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 관련 자료’를 보면,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축에 △2024년 설계비 24억7천만원 △2025년 공사비 174억1800만원 △2026년 공사비 261억1200만원 등 3년간 모두 46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박정희·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설 건립에는 각각 200억원, 59억원, 115억원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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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