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과 해명으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관한 급한 불을 끄려 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수습책이 어긋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 대신 자신이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22일께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18일 민주당은 곤혹감이 역력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최소한의 ‘선당후사’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송 전 대표의 귀국이 늦어질수록 당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경영대학원 방문 연구 교수 자격으로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전날 <한겨레> 통화에서 “정말 이번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이번 주 후반(22일)이나 다음 주 초에 프랑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신속, 공정한 수사와 함께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과 해명을 후속 대책으로 내놨다.
당 지도부 역시 난감한 기색을 나타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시 송영길 당대표 경선 캠프에서 있었던 일인만큼 이 사안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분 아닌가. (현지 기자회견에서) 그에 상응하는 발언과 함께 조기에 귀국해서 이 문제를 책임 있게 매듭지겠다는 입장표명이 있기를 저희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비이재명계 재선 의원은 “송 전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갔는데 지도부의 대응이 너무 무기력하다”며 “귀국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의 대응이 조금 안일한 것 아니냐”며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일단 당직에서 빼는 경우가 있었고, (스스로) 탈당하거나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관련자에 대한 탈당, 출당 조처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돈봉투 의혹 관련자들이 송 대표를 언급하는 보도들이 나왔다. <에스비에스>(SBS)는 지난 17일 ‘검찰이 확보한 녹취’라며 “2021년 4월 말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송영길 전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제이티비시>(JTBC)도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이 전 사무부총장과 통화로 돈봉투 전달 방식을 논의하면서 “내가 송(영길 전 대표) 있을 때 같이 이야기했는데”라고 말했다는 녹취가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공세를 이어갔다. 김기현 대표는 송 전 대표를 겨냥해 “숨는 자가 범인”이라며 “당당하면 나와서 설명하면 되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해 적극적인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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