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기금을 일본 기업은 빠진 채 국내 기업 ‘단독’으로 조성하는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변제) 방안을 6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 직시’는 소홀히 한 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 강화’를 외치며 직진해온 윤석열 정부 일방외교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물론 이 사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사과도 빠져 있어, 피해자 단체는 물론 국내 여론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5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강제동원 배상 협상’의 해법과 관련해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6일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한국 쪽 수혜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일본 피고 기업들(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기금 조성 참여는 끝내 관철하지 못한 채, 포스코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한국 기업들만 참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박 장관의 발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선언적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 쪽의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와 함께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열어간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담화에는 강제동원에 대한 직접적 사과 메시지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대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을 명분 삼아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의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와는 무관한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한 실장은 “한·일 청년세대, 미래세대들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잠재력을 축적해나갈 수 있을지에 관해 양측 경제계라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을 ‘정상외교 복원’의 결과물로 내놓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김미나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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