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2월13일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의 기금 참여를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으로 6일 확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 쪽은 “2015년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외교 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권과 존엄의 회복을 위한 피해자의 투쟁을 무시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윤석열 정권”이라며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한·미·일 군사협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이국언 이사장은 일본 쪽의 ‘성의있는 호응’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일 ‘미래청년기금’(가칭)이 과거 피해자와 피고 기업 간 협상 과정에서 이미 나왔던 방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이사장은 “2012년 협상 과정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유학생들의 장학기금을 마련한다는 얘기를 저희 앞에서 했었다”며 “그 얘기를 지금 다시 하고 있으니, 제사상에 이미 한 번 올렸던 쉰 나물을 다시 협상카드로 꺼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쪽은 2010년 11월8일부터 2012년 7월6일까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피고 기업과 협상을 벌였다.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은 일본 법원에서 인정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사죄문을 발표하고 한국 유학생들의 장학금을 마련하는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의사를 피해자 쪽에 표명했다. 당시 피해자 쪽은 기금 성격이 ‘피해 배상’이라는 목적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는 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는 7일 시민단체와 함께 이번 방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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