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해결책을 발표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식민지 지배의 반성·사죄가 담긴 과거 담화의 계승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쪽에선 한국의 여론이 부정적인 데다 일부 피해자가 반발하고 있어, 제2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5일 “이번에 (한국 정부가 마련한) 해결책이라면 일본 쪽 입장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호응 조치로 기시다 총리가 일-한 관계에 관한 과거 담화의 계승을 표명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는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해 일본 피고 기업의 사과와 배상 참여 없이,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지불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이르면 6일 발표할 예정이다.
‘담화 계승’은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 뒤,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에서 반성과 사과를 계승하고 있다고 밝히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쪽이 언급하는 과거 담화는 1995년 전후 50년에 나온 ‘무라야마 담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말한다. 이들 담화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포괄적인 사과·반성이 담긴 것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일본 역대 정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있을 때마다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답변서를 채택하는 등 이번 협상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로 보기 힘들다.
일본 정부는 2019년 대한국 수출규제 등도 한국이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면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이 징용공 해결책을 발표하면 (수출규제) 해제를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일본은 해제 전 한국의 세계무역기구 제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도 해제와 제소 취하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 받아들일 수 있다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에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는 별개로 한국인 유학생 장학금 지급 등을 위한 기금 마련을 검토 중이다. 게이단렌은 배상과 분리된 사업에 지원을 하는 형태라면 한-일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한국 여론이 제3자 변제에 부정적인 데다, 일부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한-일 정부가 합의는 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제2의 ‘위안부 합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원고 일각에서는 일방적 타협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일부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반발하고, 여론이 호응하면서 공염불이 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