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1일 신년사는 새해 기자회견을 대신한 것이었다.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을 생략한 것은 이례적이다. 출근길 약식회견 중단과 특정 언론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등 ‘일방통행식’ 소통 방식을 새해에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약 9분 동안 준비된 원고를 읽은 뒤 뒷문으로 퇴장했다. 신년사를 발표한 브리핑룸에 대통령실 기자들의 출입과 취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신년사는 핵심만 압축적으로 진행해 스케치 풀(기자단 대표 취재)을 붙이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도 원고만 읽은 뒤 참모진과 인사도 나누지 않고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신년사는 역대 대통령들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새해 기자회견이나 대통령실 출입기자 간담회를 대신해 이뤄졌다. 대통령이 취임 2년 차에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1월에 기자들과의 문답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넉달 가량 넘긴 지난해 1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지만, 이전에는 모두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매년 기자회견을 했고, 국정농단 사태로 직무가 정지된 2017년 1월1일에는 ‘월권’ 논란 속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신년 기자회견을 패스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는 하나마나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부처 업무보고와 국외 순방 일정 등이 촘촘한 탓에 새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윤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지난 연말 1시간40분을 할애해 인터뷰한 것과는 충돌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불편한 물음이 나올 수 있는 새해 기자회견 대신 보수 언론을 골라 ‘편한’ 인터뷰를 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매체들과도 돌아가면서 인터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지난해 11월 일방 중단한 출근길 약식회견 재개 여부나,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해제 여부도 밝히지 않는 상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의 직접 소통은 약식회견 중단 뒤 40여 일째 멈춰 있다. 대통령실은 약식회견을 대체할 대국민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새해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반드시 만들겠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김승겸 합참의장을 포함한 군 지휘관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북한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하기 위한 확고한 정신적 대비 태세와 훈련”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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