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합동참모본부과 육·해·공·해병대 등 군 수뇌부로부터 대비태세를 보고받고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겨레>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이 여야 정당 사이, 유권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늘었다고 답한 가운데, 그 책임에 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탓이라는 비중이 팽팽하게 맞섰다. 응답자들은 ‘정치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갈라치기식 정치’ 문화를 지목했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26~27일 전국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은 정당 간 대립과 갈등을 깊게 한 책임을 ‘대통령’(38.4%)과 ‘더불어민주당’(34.7%), ‘국민의힘’(15.6%) 순으로 꼽았다. 대통령과 민주당을 꼽은 응답 사이의 격차는 3.7%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65.4%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76.7%가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답해 선명한 당파성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선에서 맞붙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뒤에도 직간접적 충돌을 반복하며 협치 실종으로 이어진 정국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 등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대선 연장전’이란 말은 지난해 정국을 풀이하는 열쇳말이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대선 연장선에서 정당 간 대립이 심화했다고 보는 것인데, 대척점에 여야가 아니라 윤 대통령과 야당이 있다는 결과는 윤 대통령이 그만큼 협치를 무시했다는 면이 드러난 것이고, 여당도 그만큼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당 간 대립·갈등이 심해진 이유로는, ‘편가르기식 정치문화’가 24.3%로 가장 많이 꼽혔다. 편가르기식 정치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노동 개혁 추진, 민간단체 보조금 조사 등에서 도드라졌다. 이어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 환경’(18.7%), ‘소통·통합의 리더십 부재’(18.6%),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지형’(13.5%), ‘열혈 지지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팬덤 정치’(12.8%), ‘극단적 진영 논리를 퍼뜨리는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7.5%) 등 순이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당 간 양극화도 컸지만 최근 (친명 대 비명, 친윤 대 비윤) 등 당내 양극화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커졌고 그 주범을 편가르기식 인물 중심의 정치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과 견줘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25.8%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고 평가한 비율은 55.2%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7.7%에 이르렀다. 자신을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라고 한 응답자의 64.0%와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59.6%는 윤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통합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한 응답자의 88.9%는 그의 국정 운영도 부정 평가했다. 최창렬 교수는 “국정을 운영하고 개혁 정책을 하려면 결국 야당과 합의해 입법을 통해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야당과의 갈등이 증폭되니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국정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주의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26.7%)와 ‘다소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31.6%)를 합해 58.3%에 이르렀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매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9.9%)와 ‘다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29.8%)를 합해도 39.7%에 그쳤다.
8년 전 2014년 12월 <한겨레>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당시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은 각각 35.8%와 60.5%였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8년 전 조사 결과(14.0%)보다 12.7%포인트나 높았다.
<여론조사 개요>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 10.2%
표집틀 : 3개 통신사에서 제공된 휴대전화 가상(안심) 번호
조사 방법 :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