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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명백한 적”-“일전불사 결기”…새해 벽두부터 남북 군사적 긴장 고조

등록 2023-01-02 06:00수정 2023-01-02 17:50

김정은 “2023년 전쟁동원 준비”
전술핵 탑재 가능 방사포 발사
윤 대통령 “도발에 확실한 응징”
육참총장, 북 침투 훈련부대 방문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12월26~31일)에서 “남조선괴뢰들은 명백한 적”이라며 “핵탄(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12월26~31일)에서 “남조선괴뢰들은 명백한 적”이라며 “핵탄(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일 남북 정상이 경쟁하듯 “전쟁 준비”를 외치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정면대결하면서 한반도가 새해 벽두부터 전쟁 공포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지난 12월26~31일)에서 한국을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하고 “2023년을 전쟁동원 준비와 실전능력 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형 방사포 30문 실전배치를 앞두고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주요 군지휘관들과 통화하면서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보도자료를 내어 ‘일전 불사’ 방침을 밝혔고, 북한이 만일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김정은 총비서는 호전적이고 적대적인 대남 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는 “남조선 괴뢰들은 명백한 적”이라며 “핵탄(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12월31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진행된 ‘30문의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선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일 새벽엔 “인민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에서 인도된 초대형 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합참은 “1일 오전 2시50분께 평양 용성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초대형 방사포는 2019년 8월 첫 시험발사와 함께 개발 사실이 외부에 공개됐고, 여기에 전술핵 탑재가 이론상 가능하나,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완성되지 않아 아직 못 하고 있다.

이날 남북 정상 모두 ‘대화’ 대신 ‘전쟁’을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대화’를 입에 올리지 않았고, 윤 대통령도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남북 정상 모두 대화·협상엔 관심이나 기대가 전혀 없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김 총비서는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 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속한 핵반격 능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 체계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남쪽을 겨냥한 북쪽의 전술핵무기 등 “핵반격 능력” 강화 방침의 ‘억지 신뢰성’(핵무기 대응의 실행 능력과 의지)을 높이려는 의도적 공개 발언이다. 김 총비서가 개발을 독려한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 체계”란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뜻한다. 김 총비서는 “국가우주개발국은 최단 기간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합동참모본부과 육·해·공·해병대 등 군 수뇌부로부터 대비태세를 보고받고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합동참모본부과 육·해·공·해병대 등 군 수뇌부로부터 대비태세를 보고받고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김승겸 합참 의장 등 군 지휘관들에게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는 “북한이 만일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어 김승겸 합참 의장, 육·해·공군 작전사령관과 긴급 지휘관회의를 열어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자행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일전 불사를 각오한 응징만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적지종심특수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특수임무여단을 방문해 “여러분이 압도적인 대응의 핵심부대로서 적에게 전율과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훈련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특수임무여단은 유사시 평양 등 북한 중심에 침투해 주요 시설 파괴, 주요 인사 제거 작전 등을 수행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29일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강조했고, 이튿날(12월30일) 저녁 국방부는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비행 시험을 했다.

김 총비서도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적투쟁 원칙”에 따라 “구체화된 대미, 대적 대응 방향”을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는 미국에 대해선 “‘동맹 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 블록을 형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남쪽에 대해선 “적대적 군사활동을 활발히 하며 대결적 자세로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곤 “조성된 정세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동태에 대처해 압도적인 군사력 강화에 배가의 노력을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정세 인식에선 대미·대남 대화·협상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통일연구원의 ‘2023 한반도 연례정세전망’ 보고서는 “2023년이 북핵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한해로 점철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경쟁적으로 감정적인 강경발언을 주고받다 남북이 ‘확전의 사다리’를 넘어가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미국, 일본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호기로 여길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자국 이익에 한반도 위기 상황을 활용할 것”이라며 “호전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면 최대 피해자는 남북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당장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정상 모두 군사적 긴장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위기 관리와 소통 문제 등 상황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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