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반박하고 국민의힘이 <문화방송>(MBC)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언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며 보조를 맞추자, 민주당이 “적반하장”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참배 없는 조문’으로 시작해 ‘빈손 굴욕외교’, 비속어 논란으로 점철된 5박7일 ‘순방외교 참사’의 총책임자 격인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이번주 안에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시작부터 여야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온 국민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건만 대국민 사과는 끝내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외 순방 뒤 첫 출근길에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진실을 은폐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국민의힘이 비속어 논란을 첫 보도한 문화방송과 민주당과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조처를 불사하겠다고 하자 ‘언론 겁박’이라고 응수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은 내팽개치고, 대통령의 심기 보좌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권이 정언유착 프레임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자, “이번 순방의 총책임자인 박 장관의 즉각 해임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대통령실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의 전면 교체를 거듭 촉구한다”(박 원내대표)며 맞불을 놓았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뿐만 아니라, 5박7일 순방 일정 동안 곳곳에서 사전 조율 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드러낸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아울러 “윤 대통령이 만약 오늘까지도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내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박 장관 해임 요구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초기에 들어섰는데 해임 건의를 남발하면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해임건의안 처리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모아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태세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되기 때문에 169석인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돼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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