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경찰 고위직 인사가 발표 2시간 만에 번복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며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경찰 쪽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길에 ‘치안감 보직 내정 인사안 번복’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또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인사가 번복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마치 언론에서는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고 하는데 번복된 적도 없고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대로 검토를 해서 올라온 대로 재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1일 오후 7시10분 치안감 28명의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가, 두 시간여 뒤 이들의 내정 사실을 취소하고 새로 인사 발령을 낸 바 있다. 이로 인해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바뀌면서 대통령실의 ‘인사 개입설’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며 책임을 오롯이 경찰 쪽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경찰에서 자체 추천한 인사를 보직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설명과 다르다. 경찰청 인사과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이전 버전을 최종안으로 잘못 보내 발생한 사고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청 3자 간에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게 미흡했다”고 말했다. 행안부 치안정책관(파견 경찰)도 “중간 검토단계의 인사자료가 외부에 미리 공지되어 발생한 혼선”이라며 경찰청과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또 ‘경찰통제안’으로 여겨지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서도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 경찰은 굉장히 많은 인력의 경찰을 청와대가 들여다놓고 직접 통제를 했다. 만약에 저처럼 그것을 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치안이나 경찰사무를 맡고 있는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에 대해서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무에 대해서는 당연히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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