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장 경찰관들이 충주 중앙경찰학교에 모여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치안감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된 초유의 사태를 두고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길들이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 변경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면서 행안부와 경찰청에 책임을 돌렸지만,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하는 경찰 고위직 인사를 최종 결재할 때야 받아봤다는 해명을 두고는 경찰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전날 전격적으로 인사가 이뤄진 치안감 28명 중 7명의 보직이 2시간여 만에 바뀐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 행안부 장관이 제청한 대로 결재했다. 인사 번복을 통해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인사안 한 차례만 결재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로 경찰권 비대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공조직을 통해 경찰 사무와 인사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경찰국 찬성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행안부 내지 경찰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했고, 대신 경찰청이 “의사소통이 미흡해서 빚어진 실수”라며 거듭 책임을 덮어쓰고 나섰다. 행안부 쪽 경찰 소통창구인 파견 경찰(경무관)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경찰청 인사과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이전 버전을 최종안으로 잘못 보내 발생한 사고인데, 담당자가 왜 최종안을 잘못 보내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청 3자 간에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게 미흡했다”고 말했다. 파견 경찰이 속한 행안부 치안정책관실도 이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이번 사안은 중간 검토단계의 인사자료가 외부에 미리 공지되어 발생한 혼선”이라며 경찰과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했다.
통상 치안감 이상 인사는 후보안을 두고 경찰-행안부-대통령실이 사전 조율·협의를 거쳐 내정하게 된다. 사전 조율·협의는 비공식 절차지만 3자간 여러 후보안을 주고받으며 대통령실에서 ‘컨펌’을 해주면, 형식상 경찰청장이 추천한 인사를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재가하는 공식 절차를 밟게 된다. 경찰은 이번에도 관행적으로 통보받은 인사안을 발표했는데, 알고보니 파견 경찰의 착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행안부가 첫 인사안을 경찰청에 보내고 2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를 정정했다는 점에서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21일 저녁 6시15분 행안부로부터 최초 인사안을 받았고, 저녁 8시38분께 수정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밤 9시34분에 7명의 보직이 바뀐 인사안을 수정 공지했다. 인사가 번복된 한 치안감은 “잘못 된 인사 발표가 2시간가량 방치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삿짐만 두번 쌌다”고 했다. 경찰청 한 간부는 “인사 번복과 별개로 3자간 사전 인사 조율을 했다고 하면서 대통령실이 고위직 인사를 결재 때나 봤다는 것도 모순이지 않느냐”고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내부에선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강행에 이어 인사 번복 사태까지 겹치자 경찰 길들이기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국 신설 등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고, 이날 첫 회의를 가졌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 대표와 중앙경찰학교 직장협의회도 이날 긴급 토론을 한 뒤 “행안부는 경찰 통제를 말하지만 결국 경찰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정치 검찰의 역할을 지금 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 뜻을 밝혔다.
한편 법령상 경찰 통제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 김호철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행안부에서 추진하려는 내용이 경찰과 치안에 대한 주요 정책 사안이라면 경찰법에 근거해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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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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