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0일 새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집을 나서고 있다. 성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이재명의 마음’ 이른바 ‘명심’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공천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송영길 출마=명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하던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 배경에 ‘명심’이 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 상임고문이 송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는 추측은 송 전 대표가 출마를 결심하기 전, 이재명계의 핵심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이 대선 패배 뒤 경북 영천 은해사에 머물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면서 불거졌습니다. 나아가 애초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했던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에서 배제한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비판하며 입장을 수정한 것도 ‘명심의 반영’이라는 심증으로 이어졌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선 캠프에 영입한 사람이고 그의 설득으로 비대위원장까지 맡았기 때문에 그의 발언에 이 상임고문의 뜻이 반영됐을 거라는 얘깁니다.
그러나 정작 이 상임고문의 핵심 측근들은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상임고문의 측근인 한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출마는 본인의 선택과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송 전 대표의 출마에 이 상임고문의 뜻이 반영됐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다른 측근도 “이 상임고문이 누구 한 명을 전략적으로 밀고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며 “대선 때 도와주신 분이 자기 선거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명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전략공관위가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를 결정한 뒤 이 상임고문이 몇몇 비대위원에 연락해 송 전 대표의 경선 참여 필요성을 설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결국 비대위는 다음날 전략공관위의 공천 배제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 상임고문이 개인적으로 의견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누구의 편을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송 전 대표에게 진 빚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둔기에 머리를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열심히 선거 운동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 상임고문의 ‘부채 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공천 배제를 해버리면 결과적으로 송 전 대표에게 상처만 남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서울시장 후보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 상임고문이 지방선거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를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파국을 면한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을 놓고도 민주당 안에서는 ‘명심이다, 아니다’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4월 강행 처리’를 주도한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선후보 비서실장 출신입니다.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을 위해 총대를 메고 ‘위장 탈당’까지 감행한 민형배 의원은 호남 의원 중 가장 먼저 이 상임고문을 지지한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반대의 행보도 있습니다. 7인회 구성원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민 의원의 탈당을 두고 “그동안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런 식으론 결코 검찰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당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선대위 대변인이었고 이 상임고문의 추천으로 비대위원이 된 이소영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며 민 의원의 탈당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당내에선 이 상임고문이 원론적으로 ‘검찰 수사권 분리’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강행하면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상황을 우려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당 관계자는 “이 상임고문은 시민운동 시절에 검찰 등 권력기관으로부터 피해를 봤던 사람으로 원칙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주의자”라며 “대선 과정에서 애매한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검찰 수사권 분리에는 찬성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한국형 에프비아이(FBI)도 새로운 수사기관이 생기는 것이고 정권의 기조에 따라 수사 방향이 결정될 수 있으므로 이 상임고문에게 별로 좋지 않다”며 “다만 (검수완박)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하는 순간 ‘이재명 지지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얘기를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상임고문은 주요 현안에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의 ‘명심팔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아무도 이 상임고문의 진짜 의중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당내에선 이 상임고문의 정치 복귀 시점을 두고도 여러가지 추측이 어지럽게 얽혀 있습니다. ‘6·1 재보궐 출마설’ ‘8월 전당대회 출마설’ 등입니다. 이 상임고문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요?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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