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패배를 책임지는 이도, 쇄신의 의지도 안 보인다. ‘이 상태로는 6월 지방선거도 못 이긴다’는 비관론에 ‘지방선거까지 져야 정신 차릴 것’이란 냉소가 벌써부터 당 안팎에 팽배해 있다. 9일로 대선 패배 한달을 맞는 더불어민주당의 현주소다.
처음 며칠은 눈치껏 엎드리는 분위기였다. 송영길 대표와 당 지도부가 대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가 반성과 사과 메시지도 냈다. 하지만 성찰을 다짐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패배를 함께 책임져야 할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 상황 수습의 전권을 쥐더니, 2030 여성들의 입당 러시에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고, ‘신구 권력 갈등’ 국면이 시작되면서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는 ‘벌써부터 내부 총질인가’라는 강경론에 진압됐다.
‘무반성’의 압권은 송영길 전 대표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광역단체장 출마다. 송 전 대표는 당직에서 물러난 지 22일 만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대안 부재론’ ‘차출론’으로 포장했지만 억지스럽다. 무엇보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에 ‘86세대 용퇴론’을 앞장서 띄우며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랬던 그가 ‘명심’(이재명의 의중)을 구실 삼아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오죽하면 그의 ‘40년 동지’ 우상호 의원마저 “정치 윤리를 가져야 한다”고 쏘아붙였겠는가.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처신 또한 우려스럽다. 그는 실장 재임 당시 청와대 참모진에게 다주택 해소를 권고하면서, 자신은 의원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고 ‘똘똘한 한채’로 평가받는 서울 반포 아파트는 남기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매각했던 전력이 있다. 그의 출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부동산 정책 실패와 정권 핵심 인사들의 ‘내로남불’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와 정확히 배치된다.
“지금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초박빙 패배’에 안도하며 ‘졌잘싸’를 주문 삼아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이다.” 정확히 한달 전 사설에서 경고했던 내용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패배에 책임 있는 주체들의 내로남불이 반복되고, 원내와 당 조직은 벌써부터 ‘명심’에 안테나를 세운 채 현안마다 부화뇌동이다. 이런 당에서 혁신의 에너지가 생겨날 리 만무하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건 실패를 꼼꼼히 복기하고 전·현직 지도부부터 기초의원까지, 크고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