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은 전체 뒤엎는 의미 강해
“협정문과 미 무역대표부 서한엔
개정·수정·후속협상 용어 사용”
“협정문과 미 무역대표부 서한엔
개정·수정·후속협상 용어 사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요구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인가? ‘개정 협상’인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2일(현지시각)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으로 공식 서한을 보내 ‘한-미 에프티에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13일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여한구 산자부 통상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 상의 용어는 ‘개정’(amendment)과 ‘수정’(modification)이며 ‘재협상’(renegotiation)은 없는 단어”라고 말했다. 또 서한에는 “(재협상이 아닌) ‘개정 및 수정’을 위한 ‘후속 협상’(follow-up negotiation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재협상은 대체로 협정 발표 전에 한쪽에서 다시 불만 품고 새로 협상하는 것”이라며 “통상규범적 측면에서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협상’은 지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지금 한국과 무역협정 재협상(renegotiating)을 하고 있다”며 쓴 표현이다.
정부가 내세운 협정문 및 미 무역대표부의 서한 속 표현인 ‘개정’(amendment)과 ‘수정’(modification)은 모두 ‘개정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전자는 미 국내법 개정이 요구되는 수준의 강도 높은 개정을, 후자는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차원에서 손질할 수 있는 사소한 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일제히 용어 정리에 나선 것은 ‘재협상’이 법률 용어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재협상이라는 표현이 갖는 뉘앙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협상은 흔히 협상에 불만을 품은 일방이 기존 협상 전체를 뒤엎는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협상이 그런 틀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겠다며 ‘재협상’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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