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을 거듭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성명을 통해 12일(현지시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한다”고 공식 통보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도 13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명의 서한을 주미대사관을 경유해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에 돌입한 셈입니다.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한겨레>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살펴봤습니다.
Q. 미국에서 말한 ‘개정 협상’은 무엇인가요?
A. 2007년 6월30일 한·미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문 가운데 최종규정을 담은 24장 2조에는 ‘개정(amendment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양 당사국은 이 협정의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 개정은 양 당사국이 각자 적용 가능한 법적 요건 및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한 후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날에 발효한다”는 내용입니다. 12일(현지시각) 미국이 열겠다고 밝힌 ‘공동위원회’는 “협정을 개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는 만남의 자리입니다. 조문에는 “(개정 절차) 협정 개정을 원할 경우 일방의 요청으로 공동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한다(22.2조 4항 나호)”는 내용도 있습니다. ‘공동위원회’는 한국이 싫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Q. 그런데 왜 ‘재협상’이라고 부르나요?
A. 사실 ‘재협상(renegotiation)’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밝히고 있는 절차 가운데 ‘재협상’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산업부도 13일 “미국 쪽이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문에 있는 용어인 ‘개정(amendment) 및 수정(modification)’을 사용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상”(follow-up negotiations)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협상’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취임 전부터 ‘보호 무역주의의 부활’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6월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우리는 지금 한국과 무역(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renegotiation)을 하고 있으며, 공정한 협상이 되길 바란다”고도 말했습니다.
국내 언론이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2007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양국 정상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에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문을 다시 만들자”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추가 협의’라는 절차를 거쳤으나, 절차 적으로 볼 때는 협정문이 발효된 이후인 현재 상황과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Q. 미국은 왜 우리나라와의 무역 관계에 불만을 갖고 있나요?
A. 미국은 공공연하게 한국에서 내다 파는 자동차와 철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습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6월30일 워싱턴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이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 무역이다. 미국 수출업체에 상당한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철강 분야에 대한 제재도 심합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한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11.7%를 물렸고, 한달 뒤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도 최대 24.9%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제안한 공동위원회는 이러한 불만 제기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이행관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화 채널은 모두 19개로 이 가운데 정점에 있는 곳이 공동위원회다”라며 “여러 분야 가운데 ‘이런 부분을 고치자’ 등 투자 규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Q. 개정 합의가 이뤄지면 그 뒤에 어떤 절차를 밟나요?
A. 한국과 미국의 절차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에 따르게 돼 있습니다. 두 나라가 개정 협상을 하기로 합의한다면, 가장 먼저 경제적 타당성을 따진 뒤에 국민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어야 합니다.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나면 통상교섭본부에서 구체적인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대외경제 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를 거치게 됩니다. 국회의 의견을 청취한 뒤에는 본격적인 개정 협상을 개시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개정협상의 성격이 전면개정인지, 일부 개정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전면개정의 경우에는 행정부가 의회에 협상개시 90일 전까지 개시의향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그 뒤에 연방관보에 공지하고 공청회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행정부에서는 협상을 개시하기 30일 전까지 어떤 부분을 내세울 것인지도 공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일부 개정에 나설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협정 개정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협정 협상과 체결 권한 등은 원칙적으로 의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의회와 협의를 진행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Q. 우리나라는 아직 통상교섭본부장도 없는 상태인데, 개정 협상 괜찮을까요?
A. 현재 통상교섭본부장 부활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서 6월30일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도 우리나라는 통상 관료의 ‘진용’을 모두 짜서 나가지 못했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통상 담당 관료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였으나, 우리 쪽에서는 차관급 인사인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1급) 두 명이 나섰습니다. 이 차관은 산업정책 담당이고, 이 비서관은 임명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공동위원회 개최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하고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문을 보면, 한국이나 미국 가운데 한쪽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요구를 하면 상대방이 원칙적으로 30일 안에 공동위원회 개최에 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부는 “현재 산업부 안에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우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송부돼 있으며, 이에 따라 공동위원회의 우리 쪽 공동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도 임명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미국 쪽과 실무협의를 통해 앞으로 개최 시점을 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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