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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미, 외교공백 메우기 ‘공감대’…북핵·사드·FTA 이견 조율 촉각

등록 2017-05-16 21:07수정 2017-05-16 23:23

‘북핵 4원칙’ 언급…최우선 의제
트럼프 강경기조 속 ‘대화’ 모색
사드 배치·FTA 재협상도 테이블에
청 “두 정상 우의 다지는 계기”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국측 특사 매튜 포틴저 백악관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국측 특사 매튜 포틴저 백악관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한-미가 6월 말 워싱턴에서 조기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빚어진 정상외교 공백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메울 필요성에 양쪽이 공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미국 쪽의 우려를 조기에 불식하기 위한 청와대의 의도도 엿보인다.

16일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 단장과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만나 6월 말 정상회담 개최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양쪽이 이날 ‘북핵 4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북핵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최우선 순위로 다뤄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이 그동안 ‘북핵 해결’을 강조해온 데 더해, 이날 청와대가 정의용 단장과 포틴저 보좌관의 회동 뒤 발표한 내용을 봐도 양국의 공통분모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첫 정상회담부터 북핵 접근법과 관련해 이견이 노출되는 모습은 양쪽 모두에 부담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가능한 한 ‘이견 없음’을 강조하는 식의 원칙적인 합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법론에선 군사적 행동이 제외된 것으로 보이며,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올바른 여건”이라는 ‘문턱’은 향후 북한의 행보와 한국 및 중국의 외교력·중재력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은 “미국과 한국의 정책적 공통점을 찾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풀 좋은 기회로 보인다”며 “조기 회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에 대응해 우리가 ‘관여’할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조기 회담은) 앞선 9년 정부들과 다르다는 미국 쪽의 불안함과 오해를 불식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포틴저 보좌관은 이날 오후 사드 문제에 대해 논의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미 동맹의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앞으로 계속 대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각)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분명히, 새 한국 정부와 앞으로 이(사드)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사드 배치는 동맹 간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미국 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을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 간 개인적 유대와 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기로 하고 관련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밝힌 점에 비춰, 첫 회담인 만큼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보다는 두 정상이 큰 틀에서 교감을 나누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관련 담당자 자리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다.

새 정부 외교·안보 진용 인선조차 안 된 상태에서 정상회담 일정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자 일부에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 통일·외교·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건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며 “북핵과 사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전과 정책 구상을 담아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실무적으로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형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과 일단 안면을 트고 좋은 인상을 남기는 정도로 접근해야지 섣불리 정책 논의를 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은 정인환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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