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주요국 특사단과의 오찬을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에 파견할 특사단과의 오찬에서 “새 정부는 피플파워(국민의 힘)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의미를 강조해주고, 특히 이제는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강조해달라”고 주문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전개와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등 박근혜 정부에서 논란을 일으킨 ‘밀실 합의’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물어 재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사단으로 임명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미국)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중국),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일본), 송영길 민주당 의원(러시아),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유럽연합)와의 오찬에서 “특사단 파견은 정상외교의 본격적 시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때보다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물려받았고, 6개월 이상 정상외교의 공백이 있었다”며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상외교는 문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정지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고위 사절단을 보냈고, 중국은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우리 대표단을 초청했다. 또 시진핑 주석이 우리의 중국 대표단을 직접 접견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가 보낸 특사를 만나겠다고 약속했다”며 정상외교가 복원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석현 특사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의 대화를 기초로 미국 요로의 인사들과 북핵, 미사일, 한-미 동맹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오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특사는 “주한 중국대사와 만났더니 정상회담의 조율을 원했다.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해서 좋은 대화를 나눴다는 평이 중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런 평가가 유지되도록 특사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문희상 특사는 “제가 특사가 되니까 어디서 그렇게 많은 전화가 오는지 ‘혼 좀 내주고 와라’(라는 전화가 많았다).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새 정부의 외교정책을 국익 중심의 맞춤형 협력외교라고 천명했는데 이번 특사로 가시는 분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맞춤형 특사라고 본다”고 격려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새 정부는 피플파워를 통해 출범”했다며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정부인 만큼, 쟁점이 되고 있는 주요 외교 현안들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드라든지 다른 중요한 국가적 업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국민적 의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10억달러에 이르는 사드 운용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면협상’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 배치 과정의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국회 비준 동의 등 ‘사드 검증’을 예고한 바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역시 피해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본 정부의 사과 없이 10억엔(약 100억원)을 받는 것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특히 합의 직후부터 일본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양국 정부의 이면 합의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해 재협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교황청 외교사절 한국 파견 70돌을 기념해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특사로 교황청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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