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6년 만에 계룡대에서 거행됐다. 북한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녀 핵 사용 시 응징·대응의 역할을 맡을 현무 계열 미사일의 모습이 영상으로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국군의날 영상에 등장한 고위력 현무 계열 ‘괴물 미사일' 모습. 연합뉴스
남북의 강대강 대치가 고조되고 있다. 북쪽은 최근 일주일 사이 네 차례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에 남쪽은 최강 재래식 무기로 꼽히는 현무 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진전이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북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남북 대결 구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74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관련 무기들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군은 행사에서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미사일도 ‘대량응징보복’에 포함된다”며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 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2020년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800㎞로 알려졌지만, 사거리를 300∼500㎞로 줄이면 장거리 발사 때 2t까지인 탄두 중량을 4∼5t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구체적인 제원을 극비 사항인 현무 미사일을 발사 영상으로 간접 공개한 것은 최근 이어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선제 핵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핵 무력 정책법’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최근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면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 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내놓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결과에서 “북한이 도발에만 집중하는 행태를 개탄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북한은 국군의날인 지난 1일을 포함해 지난 25일부터 28, 29일 등 네 차례에 걸쳐 7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른바 ‘금지선’으로 여기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피하면서 최근 진행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을 마친 직후 야간에, 그리고 미국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호)이 한국에서 훈련을 벌일 때 미사일을 쏘며 ‘언제든 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딴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전술 핵무기 체계 완성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전술 핵무기는 실제 전투에서 쓸 수 있는 20킬로톤(kt) 이하의 소형 핵무기를 일컫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전술핵의 조건은 두 가지인데, 미사일에 탑재할만한 폭발력을 가진 핵탄두와 그것을 실어 나를 미사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것은 남쪽을 겨냥한 전술핵 체계를 시험하기 위한 길닦기 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꾸준이 제기된다. 국정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만약 한다면 10월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이후부터 11월7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에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대화나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상호 무력시위를 벌이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정부가 좀 더 접근 가능하고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현무 미사일은 세계 최대로 평가받는 탄두중량 때문에 북한에서도 관심이 많은 무기”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쏘고, 핵 무력 정책을 법제한 상황에서 남쪽도 강대강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정부의) 철학의 빈곤과 전략의 부재 속에 남북 대결만 남았다”며 “한-미동맹은 강화하지만,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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