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의 자료사진. 연합뉴스
충남 계룡대에서 열릴 국군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또 쐈다. 북한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네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일 오전 6시45분께부터 7시3분께까지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이 발사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들의 비행거리는 350여㎞ 고도는 30여㎞, 속도는 약 마하 6(음속 6배)으로 탐지하였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합참이 전했다. 이날 미사일도 최근 북한이 미사일들을 쏠 때처럼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을 이용해,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변칙 궤도로 비행한 걸로 보인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고도가 30㎞에 불과해 케이엔(KN)-23의 특성인 풀업(상하) 기동을 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지속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 미국 및 우방국,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이날 ‘국군의 날’을 포함하여 지난 일주일 동안 북한이 네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 간격이 짧아지고 여러 장소에서 발사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북한이 경제난과 방역 위기로 민생이 위중한데도 도발에만 집중하는 행태를 개탄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아울러 국군의 날을 계기로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연합방위 능력과 의지를 시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했다. 합참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네 차례다. 북한은 앞서 9월 25·28·2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9월23일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이 부산에 입항한 이후 연이어 미사일을 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확장억제 차원의 전략자산 전개로 항공모함을 한국에 보냈을 때는 북한이 군사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지난 9월30일 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이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부터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해상작전헬기(MH-60, 시호크). 해군 제공
최근 북한의 연쇄 미사일 발사는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한·미는 9월 26~29일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훈련했다. 이어 30일에는 동해 공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추적·탐지하는 상황을 가정한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을 진행했다. 이런 훈련들은 북한에게는 ‘7차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이고, 국제사회에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실행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최근 미 항모가 한국에 있을 때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해, ‘확장억제가 소용없고 무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은 제74회 국군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눈길을 끈다.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릴 기념식에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계를 비롯한 첨단 무기들이 전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8번째다. 올해 들어서는 모두 22차례(탄도미사일 20차례, 순항미사일 2차례)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