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소감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원조 친박(근혜)계’였던 진영(69)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이번 개각에서 가장 파격적인 ‘탕평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 출신의 4선 중진인 진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면, 핵심 지지층이 상반되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장관에 오르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다.
진 후보자는 이날 개각 발표 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막중한 책임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행정안전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개각을 발표하며 진 후보자에 대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위원장,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해 행정·안전 분야 정책과 행정안전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평가했다.
진 후보자는 1996년 12월에 결성된 ‘이회창 후원회’ 참여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7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해 당선된 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과 201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으면서 ‘원조 친박’으로 불렸다. 하지만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지급 정책에 반대하며 6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사퇴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국민 편에 섰다가 쓰라린 보복을 당했다”며 탈당했다. 이후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으로 민주당에 들어간 뒤 자신의 지역구(서울 용산)에서 다시 당선됐다. 진 후보자가 ‘김종인 체제’에서 영입됐고,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이란 점에서 이번 개각 명단 가운데 가장 의외의 인사라는 의견도 나온다.
진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 국정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선거에 안 나가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됐다. 마지막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 (장관을 했던 것은) 정치를 하는 와중에 했던 것이고 이제는 정치를 떠나면서 나라를 생각하고 문재인 정부를 도와드리는 마음에서 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의 지역구에선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 출신인 권혁기 전 춘추관장과 성장현 용산구청장 등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진 후보자 지명에 유감을 표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을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에 정당 출신이 가는 건 부적절하다”며 “선거의 공정 관리에 상당히 의심 가는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보건복지부 장관 △17·18·19·20대 국회의원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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