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대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부 실정에 잠을 못 이루던 초선들이 새벽 1시까지 청와대 앞을 지키며 함께 추위도 이겨내고 있다(초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그동안 제1야당이 무기력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초선들이 앞장서 분노하는 국민 목소리를 전해주니 자랑스럽다(5선 정진석 의원)”
초선 의원들의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로 국민의힘 대여투쟁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당원·지지자들로부터 애초의 기대 수위를 넘는 호응을 얻으면서 시위에 참가한 초선의원들도, 응원 나온 중진들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애초 이번 시위는 ‘추-윤 갈등에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있는 태도를 취하라’며 초선 의원들이 청와대로 질의서를 들고 갔다가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진 겁니다. 최재성 정무수석의 응대는커녕 행정관이 나와 질의서를 받아가고 아무 답이 없는 것에 분개한 의원들이 ‘저강도 장외투쟁’을 시도한 것이 1일로 닷새째를 맞았습니다.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9월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국민의힘의 1인 시위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지난 9월에도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주도로
북한의 공무원 피살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그때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 등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의 피켓을 들었지만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요.
그렇다면 왜 이번엔 유독 릴레이 시위가 눈길을 끄는 걸까요? 일각에선 ‘최재성 수석의 축구사랑 덕분’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최 수석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청와대 앞을 찾아온 초선 의원들이 질의서를 받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언론 제보’를 통해
지난 29일 일요일 조기축구 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 고위 인사가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과 함께 청와대의 ‘불통’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지요. 최 수석은 결국 “더 신중했어야 했다. 소홀함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 시위의 정당성을 청와대가 부여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위 장면이 여러 언론 매체에 실리고 호평이 나오자, 당 지도부뿐 아니라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잇따라 청와대 앞을 찾았습니다. 이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찾아와 국민의힘 이영·강민국·황보승희 의원을 격려했습니다. 안 대표는 “초선 의원분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동의해 조그만 격려라도 될까 싶어 찾아뵙게 되었다. 지혜를 함께 모으겠다”고 했지요. 안 대표는 오는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자로도 나서는 등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안 대표에 대해 선긋기를 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뭐라고 했을까요? 기자들이 안 대표의 시위장 격려방문에 대한 평가를 묻자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도 역시 무심하게 답했습니다. “무슨 뜻을 갖고 방문하는지는 내가 뭐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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