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경쟁은 치열했지만 축제 같았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등록 2020-05-11 10:28수정 2020-05-11 10:43

정치BAR_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김태년 의원이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김태년 의원이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7일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1기 원내대표 선거는 김태년 의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합해 177석이라는 유례없이 많은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첫번째 원내 사령탑을 뽑는 자리인 만큼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동시에 4·15 총선의 민의를 제대로 받들어 국회와 정치를 바꿔내겠다는 의원들의 기대와 의지가 넘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해 전해철·정성호 후보의 정견 발표만 살펴봐도 그 뜨거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우선,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의 승리는 ‘재수생 프리미엄’을 얻은 결과입니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가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패한 바 있는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와 정반대의 연설로 당선됐습니다. 지난해 김태년 당시 후보는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랩 수준’의 빠른 연설을 하는 바람에 실수를 한 바 있습니다. 연설문 한 줄 한 줄 내용은 알찼지만 도리어 전달력이 떨어졌고, 정해진 시간도 지키지 못해 급 마무리를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지난해의 실수를 의식했는지 김 원내대표는 차분한 태도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압도적인 과반 의석의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하고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권력기관 개혁 △국회개혁 등 민주당의 구체적인 과제를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연설문에 없던 호소를 보여주기도 했죠. 김 원내대표는 “일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일할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라고 여러 차례 힘주어 강조하면서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를 언급한 대목에서 적어도 서너표는 움직였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원내대표는 “저는 작년에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고 떨어졌다. 의원님들은 작년 선거에서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을 선택하셨고 총선 압승의 기반이 됐다. 의원님들의 선택이 옳았다”며 이인영 전 원내대표를 추어올렸습니다.

딱 1년 전 그가 겪은 쓰디쓴 패배를 과감히 인정하고 몸을 낮춘 것입니다. 평소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원내대표가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저 연설로 선거는 끝났다”며 “결선까지 가지 않고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연설 덕분이었을까요?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당선자 16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1차 투표에서 과반인 82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습니다.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비주류’ 후보 정성호 의원은 9표를 얻는 데 그쳤지만 연설로는 가장 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사회적 대타협과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10분의 연설 가운데 4번이나 좌중 폭소를 끌어냈지요.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민주당 의원 중 한명이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친구 사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비문’ 딱지가 따라다니는데요.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는 이 지사와의 친분에 대해 정 의원은 “의리의 정성호,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거부한 적 없다. 그래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재명 지사를 도왔다가 지금까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며 유쾌하게 언급했습니다.

정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초선 당선인에게도 한 표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시면서 이런저런 인연이 생겼고, 마음의 빚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투표장에 들어가시면 싹 다 잊어버리시라. 누구 찍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해 당선인들과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전해철 의원은 두 후보와 견주자면 무난한 연설을 보여줬습니다. 상당히 안정된 톤으로 무리 없이 ‘진짜 일을 할 수 있는 국회’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보는 사람마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절실함이 느껴진 김태년 원내대표의 연설과 민주당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유쾌함을 선사했던 정성호 의원의 연설과 견주어 전 의원의 연설은 너무 안정적이었던 걸까요? 주목도 면에서는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습니다.

누군가는 무척 실망하고 속도 상했을 민주당 당선자 총회이지만 현장에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축제처럼 보였습니다. 이날 당선자 총회가 평소 민주당이 의원총회 장소로 사용했던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이나 245호 회의실이 아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민주당 당선자가 많이 늘어나서 국회 본청에는 모든 인원을 수용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당선자 총회에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의총을 본청에 있는 건물에서 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 회관 대강당을 쓰게 됐단 사실이 정말 감회가 새롭다.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이 안 됐는데도 자리가 없는데 합당이 되고 나면 어디 가서 의총을 해야 할지 원내대표단의 고민이 많을 줄 안다”고 말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날의 원내대표 선거는 단순히 의원들 가운데 반장 한 명 뽑는 선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177석을 가진 ‘거대 여당’으로서 새로운 국회를 만들어가려는 민주당의 첫걸음이었으니까요. 이날 이해찬 대표도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 전혀 다른 국회”라며 “그동안 잘못된 역사 속에서 겨우겨우 의회를 이끌었다면 이제 국회는 한국 현대 정치사를 새로 써나가는 중요한 질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 그 소임을 여러분이 어깨에 짊어지셨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과연 “한국 현대 정치사를 새로 써나가는”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최상목 ‘예비비 쪽지 결백’ 주장…‘내란특검’ 필요성 키웠다 1.

최상목 ‘예비비 쪽지 결백’ 주장…‘내란특검’ 필요성 키웠다

경호처 직원 “풀려난 김성훈, 어떤 보복 할지…직위 해제해달라” 2.

경호처 직원 “풀려난 김성훈, 어떤 보복 할지…직위 해제해달라”

대법관회의 “영장판사 방 의도적 파손”…야 “윤상현, 폭동의 시작” 3.

대법관회의 “영장판사 방 의도적 파손”…야 “윤상현, 폭동의 시작”

삶에서 좌절한 하층계급, 개신교 극우세력에 포섭 4.

삶에서 좌절한 하층계급, 개신교 극우세력에 포섭

“명태균, ‘윤석열 도리도리 솔루션’ 극우 유튜버에 알려줘” 5.

“명태균, ‘윤석열 도리도리 솔루션’ 극우 유튜버에 알려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