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3자회담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답답했던 90분, 박 대통령 발언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게 제 판단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3자회담이 끝난 직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가 한 말이다. 앞서 기자들에겐 “(회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한 터였다. 같은 시각,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사실을 두고 “의회주의자로서 유감없이 국회를 존중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존중은 겉모양일 뿐 ‘내용’은 전무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요구에 강하게 반박하거나 아예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일방통행식 태도를 고수했다.
■ 채동욱 총장 사퇴 파문 혼외자식 의혹을 빌미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의 책임자인 채동욱 검찰총장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키로 한 일에 김 대표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이 전했다. 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이 “인터넷을 보면 난리가 났다. 검찰 수장에게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없는 일로 방치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삼성 떡값 뇌물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먼저 감찰을 요구했다. 채 총장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채 총장은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게 도리였다”고 말했다고 여 실장은 전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인터넷을 보면 난리인데
본인이 먼저 감찰 요구했어야
청와대 사퇴압박은 없었다” 국정원 대선개입·개혁 “대선개입 의도 있었으면
NLL 대화록 그때 공개했을 것
김대중·노무현 정부서도
국정원 대공수사권 못 없앴다” 이에 김 대표는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받는다고까지 했다”며 감찰 지시의 부당함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러니 사표를 안 받은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다. 또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채 총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일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 등 청와대 배후설을 해명하라고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모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 국정원 대선개입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내가 (대선개입을)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받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엔엘엘(NLL) 회의록을 대선 때 공개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을 적극 비호했다고 노 실장은 전했다. 대화록이 지난 대선 때도 유출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이 유세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화록의 상당 부분이 이미 국회에서도 이야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인용한 것일 뿐 무단유출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국정원이 대화록을 불법 공개한 것을 두고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대화록이 공개됐다고 주장하자, 국정원장이 그런 의문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에서 공개했다”며 민주당 쪽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때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말한 건 사실과 다르다”는 김 대표의 질문엔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 및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김 대표의 요구에 “지난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수사중이거나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법에 따르는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국가기관이나 측근 비리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경우 예외없이 검찰 기소 단계에서 했다”고 맞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법원이 자신의 선친인 김철 통일사회당 당수의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재판부가 대신 사과를 한 사실까지 언급하며 “전 정권 일이지만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 국정원 개혁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당 역시 국내파트와 수사권을 못 없애지 않았느냐.” 김한길 대표가 참여정부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내놓았던 고강도의 국정원 개혁법안들을 거론하며 국정원 국내파트와 대공수사권 폐지를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단박에 거부했다. 남북 대치 상황과 외국 정보기관 사례를 일부 들기는 했지만, 결국 ‘당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안 하고서 왜 이제 와 나한테 요구하냐’는 단순한 대응논리였다. 박 대통령은 대신 “국정원 개혁은 확고하게 하겠다. 민간이나 관에 국정원 직원이 출입하는 일은 일체 없도록 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일도 일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일부 ‘조직 폐지’ 대신 ‘기능 축소’ 정도로 갈음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자체 개혁안을 가지고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면 된다”며 ‘셀프 개혁’을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정원 개혁의 내용뿐 아니라 방법과 절차에서도 박 대통령은 야당에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국정원개혁특위를 국회에 별도로 만들자는 야당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알아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조혜정 김수헌 김남일 기자 zesty@hani.co.kr
‘채동욱 파문’과 ‘유신 검찰’의 그림자 [#167- 성한용의 진단]
본인이 먼저 감찰 요구했어야
청와대 사퇴압박은 없었다” 국정원 대선개입·개혁 “대선개입 의도 있었으면
NLL 대화록 그때 공개했을 것
김대중·노무현 정부서도
국정원 대공수사권 못 없앴다” 이에 김 대표는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받는다고까지 했다”며 감찰 지시의 부당함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러니 사표를 안 받은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다. 또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채 총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일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 등 청와대 배후설을 해명하라고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모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 국정원 대선개입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내가 (대선개입을)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받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엔엘엘(NLL) 회의록을 대선 때 공개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을 적극 비호했다고 노 실장은 전했다. 대화록이 지난 대선 때도 유출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이 유세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화록의 상당 부분이 이미 국회에서도 이야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인용한 것일 뿐 무단유출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국정원이 대화록을 불법 공개한 것을 두고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대화록이 공개됐다고 주장하자, 국정원장이 그런 의문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에서 공개했다”며 민주당 쪽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때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말한 건 사실과 다르다”는 김 대표의 질문엔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 및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김 대표의 요구에 “지난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수사중이거나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법에 따르는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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