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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봉합되던 경선 ‘한치 앞도 안보인다’

등록 2007-10-07 20:17수정 2007-10-08 01:36

정동영 통합신당 경선후보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14일 일괄 경선’ 요구를 수용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무거운 표정으로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정동영 통합신당 경선후보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14일 일괄 경선’ 요구를 수용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무거운 표정으로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동영 캠프 압수수색 파문 후폭풍 거센 통합신당
경찰의 ‘정동영 캠프 압수수색’ 파문을 계기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이 극도의 혼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14일 일괄 경선’ 실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상황에서 압수수색 파문이 불거지면서 다시 갈등이 격화된 것이다. 당 지도부는 8일부터 경선 일정을 정상화겠다고 거듭 밝혔으나 손학규, 이해찬 후보는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휘청거리는 경선=경찰이 불법 선거운동의 증거를 찾기 위해 경선 1위를 달리는 후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한 것만으로도 경선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동영 후보 쪽에서 압수수색을 저지하고 경찰 수사의 ‘배후’로 이해찬 후보를 지목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정 후보 쪽과 이해찬 후보 쪽의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14일로 예정된 통합신당의 ‘일괄 경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것인지 불투명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이 실시되더라도 선출된 후보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손·이 후보의 불참 결정으로 무산될 전망이다.

정동영쪽 “친노세력이 정동영 죽이기” 격앙
이해찬쪽 “오늘 일정 불참”…손후보도 가세
정상화 여부 불투명…끝까지 가도 상처 클듯

정동영 격앙=정동영 후보 캠프는 7일 격앙된 분위기 속에 정면돌파 쪽으로 대응 기조를 잡았다. 정 후보는 이날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정 후보는 전날 경찰의 압수수색에 “독재정권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극도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이강래·박명광·문학진 선거대책본부장은 국회 기자실에서 ‘친노 세력의 정동영 죽이기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경선 불복과 분당 수순을 밟으려는 친노 세력의 정동영 죽이기 시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후보 캠프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에 대한 맞불도 놨다. 노웅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 후보 쪽의 명의도용과 손 후보 쪽의 대리서명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화면을 공개했다. 정 후보 쪽은 또 “이해찬, 손학규 후보 쪽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차의환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의 명의를 도용했다”며, 당 지도부에 세 후보 캠프의 명의도용 사건을 모두 검찰에 고발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해찬 통합신당 경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토론회장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해찬 통합신당 경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토론회장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해찬 심야 대책회의=이해찬 후보 캠프는 7일 밤 선대위회의를 열어, 오는 14일 일괄경선에 참여하되, 8일 잡혀 있던 합동연설회와 모바일 시연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9일부터의 일정도 경찰 수사 진행 상황, 당 지도부의 대책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날마다 배수진을 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형주 대변인은 회의 브리핑에서 “이 후보는 14일 일괄경선에는 반드시 참여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8일 연설회는 상호 비방과 지지자의 충돌 가능성이 있고, 불법 선거인단 문제가 명료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4일로 잡힌 일괄경선 일정 연기 요청 등 강경론도 일부 제기됐으나, 이 후보 쪽의 요구로 경선 일정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상황에서 또다시 경선일정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경선 불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실론’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캠프 내부의 강경론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친노파인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이대로라면 정동영 후보가 당선돼도 후보자 자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선일정을 연기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경선이 진행되면 경선 이후 후보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손학규 통합신당 경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광장에서 대학생 자원봉사대와 함께 휴대전화 투표 선거인단 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손학규 통합신당 경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광장에서 대학생 자원봉사대와 함께 휴대전화 투표 선거인단 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손학규 관망=손학규 후보 쪽은 ‘관망’ 태도를 보이다가 이해찬 후보가 강경한 대응을 결정하면 뒤늦게 이를 수용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정동영-이해찬 후보 쪽이 정면으로 맞붙은 싸움판에서 한발짝 물러서 양 진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유·불리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손 후보 쪽은 7일에도 경선 일정 참여 여부에 대한 명확한 뜻을 내보이지 않다가 이해찬 후보 쪽이 8일 경선 일정에 불참하겠다고 발표한 뒤에야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한편으론 실리를 챙기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8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모바일 투표를 불법 콜센터 등의 문제들을 바로잡은 이후에 시행하자고 주장하면서도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당 지도부는 8일 대구 합동연설회 실시와 모바일 1차 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정대화 당 대표 비서실장은 “당 지도부가 경선 정상화를 위해 할 만큼 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두 사람만 참여하더라도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번 주 일정이 어그러지면 오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희철 이지은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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