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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북에서 받아들이겠나” “전향적…기대해볼만”

등록 2007-08-27 19:08수정 2007-08-27 19:41

유권자들이 본 ‘비핵·개방·3000’ 공약
유권자들이 본 ‘비핵·개방·3000’ 공약
2007 대선 유권자와 함께하는 정책검증
한나라 이명박 후보 ③ 비핵·개방·3000
유권자들이 본 ‘비핵·개방·3000’ 공약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에 대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한겨레〉가 이달 말까지 모집하고 있는 ‘100인 유권자위원회’에 신청서를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별로 의견을 물어보았다.

“흡수통일식 지원, 실현가능성 떨어져”
“누가 대통령 되든 개방·지원정책 펴야”

■ 핵 폐기 위한 정책은 없어=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지원 정책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에는 정작 북핵을 어떻게 폐기할지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구자민(26)씨는 “북핵 문제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인데도 핵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약을 찾아 볼 수 없다”며 “임기내 핵 폐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공약은 시작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시형(39)씨도 “핵폐기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강대국들과도 정치·군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이를 해결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가는만큼 공약실행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화영(46)씨는 “지금까지 이 후보의 노선에 비춰 상당히 전향적이다. 북미관계가 진전되고 있어 북핵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 가닥이 잡히고 있다”며 “북한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면 북한과 화해협력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일방적 제안 받아들일까= 북한 정권이 북한의 시장경제화를 추구하는 이 후보의 경제지원 정책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안정희(38)씨는 “북한 경제를 시장경제화하겠다는 것은 북한정권과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상”이라며 “10~20년의 시간을 두고 자연적으로 통일국가로 가야지 이런 흡수통일식 지원방식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형(39)씨는 “북한 경제·체제를 남한이 일방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가 있는 대북정책을 북한 쪽의 의사와 무관하게 섣불리 내놓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반면 최덕묵(55)씨는 “비핵을 전제로 지원하는 건 크게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며 “현금이나 현물보다 공장 등을 지어 북한 자체적으로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남한의 강점이 있는 부분으로 밀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연 17%성장 가능한가= 10년동안 연 평균 17%의 성장을 거쳐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소득을 현재의 3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게 실현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조용원(27)씨는 “한 국가의 경제가 10여년동안 17%씩 성장한다는 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영석(48)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한을 개방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여러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지금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보다 옳은 방향이니까 공약을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핵포기가 아닌 핵억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다. 이창하(64)씨는 “북한이 핵을 가지려고 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핵이 없으면 체제가 존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아무리 경제적 지원을 해도 핵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핵 폐기가 아닌 핵 억제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북 핵포기’ 전제로 5개분야 보상 담아

‘비핵·개방·3000’ 내용은

‘비핵·개방·3000’ 방향과 내용
‘비핵·개방·3000’ 방향과 내용

400억 달러 협력자금 투입
북 소득 3000달러 시대로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 구상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기간 동안 누이와 동생이 무고하게 사망했다.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던 1987년에는 김현희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으로, 귀국하던 60여명의 직원이 사망했다. 이 사건들은 이 후보의 가슴 속에 분단해결이라는 필생의 과제를 던져주었다. 1992년 정주영 회장과 함께 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를 만나면서 이 후보는 북방정책을 구상했다. 지난해 6월말 서울시장 임기만료를 1주일 앞두고 이 후보는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개성공단을 차근차근하게 둘러본 이 후보는 그날 저녁 시청으로 돌아와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남북한 통일은 북한이 3천달러, 남한이 최소 3만달러가 돼야 가능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북한의 1인당 소득이 10년안에 3천달러가 되도록 남한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비핵·개방·3000 구상의 골격을 밝혔다. 이런 구상은 학자들과의 수차례 정책토론을 거쳐 지난 2월6일 ‘MB 외교안보 독트린’의 첫번째 항목으로 공식 발표되었다.

세계적으로 핵을 포기한 방법은 크게 우크라이나와 리비아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16억달러를 투입하는 미국의 경제적 보상안을 수용해 수천개의 핵무기를 폐기했다. 반면 리비아는 미국과 영국의 경제·정치적 봉쇄 조처에 굴복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수교에 나섰다. 전자가 보상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자는 압박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북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포기 이후 체제안전을 걱정하지 않아야 하고 경제회복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은 핵포기를 기피할 것이다.

비핵·개방·3000 구상은 ‘철저하고도 유연한 대북접근’의 일환으로써, 북한이 핵폐기를 결심하면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대결단을 내리겠다는 안이다. 이는 한편으로 핵폐기의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의 정신을 원용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이 완전하게 이행되면 비핵·개방·3000 구상의 실현을 위해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복지 등 5대분야의 포괄적 패키지 지원이 본격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분야의 경우 3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할 수 있는 기업 100개를 육성한다. 교육은 30만 산업인력의 양성을 지원한다.

북한의 핵포기 대결단에 따라 비핵·개방·3000구상이 가동되면 북한경제는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되고 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이 투입된다. 북한경제는 현재 1인당 소득 500달러 기준으로 매년 15~20%의 성장(평균 17%)을 지속해야 10년 뒤 국민소득 3000달러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경제발전 프로그램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풍부한 개발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다. 비핵·개방·3000 구상이 가시화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이 구체화될 것이다.

남성욱 /이명박 후보 자문교수


한강하구에 인공 ‘나들섬’ 900만평 경협단지 조성

이명박 후보는 ‘비핵·개방·3000’의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나들섬’ 공약을 내놓고 있다.

‘나들섬’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유입되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동쪽 비무장지대 한강하구 퇴적지 일대에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약 900만평의 인공섬을 만들어 남북경제협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을 북한의 노동력과 결합시킨다는 발상은 개성공단과 다르지 않지만 남한쪽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후보가 핵심공약으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의 남북한 물길을 연결하는 길목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공약대로라면 이곳에 노동·기술집약적인 남한 중소기업을 입주시키고, 북한 노동자들이 출퇴근하면서 일하게 된다. 남한으로서는 입지조건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소기업을 유치하는 효과를, 북한은 남한의 기술을 익히고 고용창출 효과도 볼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게 이 후보 쪽의 설명이다.

유호열 교수(고려대 북한학과)는 “나들섬은 개성공단의 규모를 확대하는 또 하나의 사업이면서, 한강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경제인의 상상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나들섬 구상에 얼마나 관심을 나타낼지는 의문이다. 김근식 교수(경남대 정치외교학과)는 “청계천 하듯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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