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북핵 해결 위한 정치군사적 의제 실종”

등록 2007-08-27 19:29

구갑우 /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구갑우 /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한겨레 대선 자문단 총평 ③ 비핵·개방·3000
남쪽이 북 경제정책 좌우 ‘개발독재식 발상’
상대가 있는 외교게임서 ‘일방통행’ 안먹혀

북한은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 아니면 가까운 이웃인가. 북한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세력을 제외하면 북한이 최소한 가까운 이웃이거나, 갈등의 평화적 해결과 협력을 모색하는 친구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남과 북은 친구나 가까운 이웃이 되어야 한다. 북한은 물론 남한사회에 정체성의 변화가 일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러한 최악의 상황만을 상정하는 정치나 외교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남북의 정체성 변화는 두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 첫째는 남과 북이 교류를 통해 서로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 둘째는 남과 북이 스스로 내부 개혁을 통해 정체성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11일 경기 파주 판문점을 방문해 정전위 회담장을 둘러보는 동안 북쪽 군인들이 유리창을 통해 이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11일 경기 파주 판문점을 방문해 정전위 회담장을 둘러보는 동안 북쪽 군인들이 유리창을 통해 이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에는 이 두 과정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대북정책도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깜짝쇼’로 폄하하려는 태도는 이 후보의 대북인식이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물론 북한의 핵개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핵무장은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주민의 복지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주민의 평화감수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또는 ‘비핵 지대화’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처다.

문제는 그 길에 이르는 방법이다. 현재 한반도에는 비대칭적 군사력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남한은 재래식 군사력에 기초해 전쟁수행 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와 같은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를 통해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 남북이 각각 절대안보를 추구하는 군비경쟁을 지속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북 주민의 삶의 질이 위협받게 된다. 남북의 안보인식에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에서 서로의 안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안보의 개념이 도출돼야 한다. 북한의 핵폐기 과정이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서의 군축 및 군비통제와 연계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남북관계 구상에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치군사적 의제가 실종되어 있다.


특히 ‘비핵·개방·3000’은 남한이 북한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개발독재식’ 발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의 체제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북한이 남한의 ‘사실상의 식민지’로 기능해야 한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이런 점에서 ‘비핵·개방·3000’은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공약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구갑우 /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통일·외교·안보 관련 이 후보의 말·말·말

■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인 대북 개방 정책이 요구된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생각을 바꿔 핵을 폐기하고, 세계를 향해 개방을 하고 나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북한은 핵폐기와 개방 없이는 얻을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2006년 2월7일 외신기자간담회)

■ “참여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실패했다. 대북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 앞으로는 투명성의 전제 아래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협력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북한과 경제협력을 지속하더라도 대북포용정책의 초점을 김정일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둬야 할 것이다. 또한 현금지원 보다는 현물지원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2007년 3월14일, 〈이코노미21〉 대담)

■ “우리가 이제까지 해온 남북 유화 정책이 결국 북핵을 만들고 말았다. 우리는 국제사회 협력을 통해 북핵을 제거해야 한다. 남북간 최우선 과제는 핵 폐기다. 핵 폐기가 전제되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쪽의 안보도 보장하면서 경제협력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생산적으로 돕고 경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포용정책) 수정이라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정책, 북한 자립을 위한 정책이다”.

(2007년 6월7일, 〈한국일보〉 대담)


경협 확대 ‘로드맵’ 없이 지원책 나열만

경제논리 치중한 대북정책

온건·실용적 접근 진일보
비핵화 과정 고민 모자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정책 중 남북관계에 관한 구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경제인 출신답게 그의 구상은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매우 경제중심적이다.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30만 산업인력 양성’, ‘400억달러 상당 국제협력자금 조성’ 등 경제와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구상은 일방주의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협 확대에 매우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북한도 한나라당 후보의 대북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 후보의 구상은 아직 당론으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안인 ‘한반도 평화비전’보다 온건하고 실용주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평화비전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북한인권침해 기록보존소’를 담고 있지만, 이 후보는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 구상은 전반적으로 온건하면서도 실용주의적인 중도우파 입장을 띠고 있어 향후 대북정책과 관련한 남남갈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제중심적인 이 후보의 대북정책은 장점이 많지만 중요한 한계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구상에서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법을 찾아볼 수 없다.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한반도 비핵화에 두겠다는 이 후보의 태도는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병행 추진 대신 핵문제 해결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올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부터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지만, 이 후보의 남북관계 구상에는 평화체제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또 10년 후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있지만, 이를 위해 10년간 남북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로드맵은 제시돼 있지 않다. 5개의 중점 프로젝트만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경수로 제공을 외면하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이후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비핵화의 완전 달성에는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 동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경제공동체 형성을 병행 추진하는 방향에서 이 후보의 남북관계 구상은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정성장 /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힘·군사동맹 앞세울땐 평화구상 설자리 잃어

이명박 외교정책 한계는

이명박 후보의 대외정책 공약은 힘과 군사동맹에 기초한 냉전시대의 외교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양분하고 있던 냉전시대에는 대미외교가 한국 외교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냉전 시대가 미국 단극체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 등이 다극체제를 형성하려 하고 있고, 지구시민사회도 국제적 영향력을 높여 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외교통상 정책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외교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가 제시한 ‘한국외교의 7대 과제와 원칙’은 세계질서의 지각변동 속에 강대국도 약소국도 아닌 ‘중견국가’ 한국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어떤 외교정책을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열어서 통하는 국제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한 한국 외교의 “창조적 재건”이 이명박 독트린의 핵심 내용이다. 7대 과제와 원칙은, ‘대북 개방정책’, ‘실리외교’, ‘한미동맹의 강화·발전’, ‘아시아 외교’,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외교’, ‘에너지 외교’, ‘문화외교’로 구성돼 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수출시장 다변화와 한국경제 위험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통상외교의 강화, 한국의 국가위상 제고 및 인류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문화외교와 윤리외교의 확대에 반대하는 대선 후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힘과 동맹을 앞세울 때,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공동체의 건설과 같은 평화적 구상이 들어설 여지도 없게 된다. 이 후보의 공약에 동북아론 내지는 동아시아론이 없는 이유는 힘과 동맹에 기초한 평화의 추구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냉전시대의 안보외교로 회귀하게 되면 경제통상외교, 문화외교, 윤리외교의 실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후보의 외교정책에는, “창조적 재건”이란 수사는 있지만,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의 길, 국민적 합의의 방법은 담겨 있지 않다.

구갑우 /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윤 ‘어쨌든 사과’ 질문한 기자에 “무례함 고치라”는 대통령실 1.

윤 ‘어쨌든 사과’ 질문한 기자에 “무례함 고치라”는 대통령실

유승민 “국민이 윤석열 부부는 떳떳하냐 묻는다…정신 차려라” 2.

유승민 “국민이 윤석열 부부는 떳떳하냐 묻는다…정신 차려라”

국정원 “파병 북한군 러 해병대 배속 참전…김정은 방러 가능성” 3.

국정원 “파병 북한군 러 해병대 배속 참전…김정은 방러 가능성”

윤, 21일 귀국…26일께 김건희 특검법 거부하고 개각 착수할 듯 4.

윤, 21일 귀국…26일께 김건희 특검법 거부하고 개각 착수할 듯

이재명 ‘법카 유용’ 기소에 “증거 없지만 기소한다는 게 검찰 입장” 5.

이재명 ‘법카 유용’ 기소에 “증거 없지만 기소한다는 게 검찰 입장”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