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 쪽의 고소 취소 뒤 사건 관련자들의 비협조 등으로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귀국 의사 밝힌 ‘BBK 주가조작’ 김경준씨
이 캠프 “거리낄 것 없다”
이 캠프 “거리낄 것 없다”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혐의로 미국으로 도피했던 김경준씨가 곧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김씨의 귀국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아직 의혹이 가시지 않은 이명박 후보와 비비케이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증 국면에서 이 후보와 비비케이와의 연루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 후보가 엘케이이(LKe)뱅크 사장 시절, 그 명함에 비비케이 투자자문사라는 문구를 넣은 점 △엘케이이뱅크와 비비케이가 한 지주회사 안에 묶여있었다는 이 후보 측근 이진영씨의 진술 △비비케이로부터 투자금을 못받게 된 ㈜심텍의 전세호 사장이 이 후보를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하고, 이 후보가 미국으로 도피한 김씨에게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냐”며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비비케이는 김경준씨의 회사다.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일축했다. “나는 오히려 피해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이런 ‘강한 부인’은 사건의 또다른 당사자인 김씨가 미국에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았지만, 김씨가 송환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동안 이 후보 쪽으로부터 ‘사기꾼’으로 몰린 그가 대선을 앞두고 귀국을 결정했다면, 이 후보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오는 것 아니겠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씨의 송환 시기는 한나라당 경선(8월19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송환을 요청해도,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 등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송환되면, 검찰은 기소중지 돼있는 김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게 된다. ‘주가조작 공모’는 아니더라도, 이 후보가 비비케이 설립 및 운영에 깊숙이 관여됐다는 사실만 입증돼도 이 후보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후보로 뽑힌다 해도, 비비케이 사건은 대선 때까지 그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 쪽은 그러나 “김씨가 들어와도 거리낄 게 없다. 이 후보는 김씨가 빨리 들어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인 오세경 변호사는 “미국에 있을 때도 김씨는 한나라당 검증위에 ‘다스의 투자금 190억원이 다 안 들어왔다’거나, ‘이 후보가 비비케이 경영을 다 했다’는 등 할 말을 다 했다”면서 “김씨가 들어와도 문제 없다.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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