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은 없었다. 한나라당의 내분은 수습되기는커녕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4일 회동에서 날카롭게 충돌하며 다시금 ‘간극’을 확인했다.
이날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이뤄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그리고 강재섭 대표의 3자 회동은 애초 예상과 달리 살벌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면전에서 거친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으며 한치의 양보 없이 날카롭게 대치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모임 직전 분위기는 가벼웠다. 밝은 얼굴로 승용차에서 내린 박 전 대표는 100여명의 취재진을 뚫고 대표실로 향했고, 곧이어 도착한 이 전 시장도 “오늘은 아름다운 이야기만 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경선 규칙을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도 그냥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대표 정책인 한반도 대운하를 공격한 박 전 대표 쪽을 겨냥해 “출근하면서 보니까 ‘대운하는 사기극’이라는 말이 나와 있던데 나는 (박 전 대표쪽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에서 한 말인 줄 알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네거티브는 거기서 먼저 한 것이 아니냐, ‘애 못 낳은 사람’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노골적으로 맞받았다. 이 전 시장 역시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잘 찾아 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4·25 재보선에서 공동유세가 무산된 것에 관해서도 두 사람의 설전이 이어졌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군대를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겠다는 분과 유세를 같이 했으면 표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군대 동원’ 발언도 네거티브 아니냐”고 지적하자 박 전 대표는 즉각 “그것은 공동유세를 안 해서 선거에 졌다며 책임을 물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전 시장은 “공동유세를 했어도 선거에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이날 회동이 별 성과 없이 끝나자 양쪽의 비난전도 다시 불붙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박 전 대표 쪽의 한 의원은 “지난 3일 강 대표와 이 전 시장 쪽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극비회동을 했는데 이때 사실상 경선규칙에 관해 둘 사이에 모종의 의견 도출이 있지 않았겠냐”며 “당 대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발표를 한 것은 박 전 대표를 옭아매려 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쪽의 이성권 의원은 “애초 화합을 하자고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경선 문제를 노골적으로 꺼내 강재섭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당의 화합을 역으로 저해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연합뉴스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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