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당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만났지만 경선 규칙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이에 따라 4·25 재·보궐 선거 참패 책임을 둘러싸고 대립하다 수습 국면에 들어선 듯했던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등과 함께 만나 내분 수습방안과 대선 후보 경선 규칙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모임에서 강 대표는 양쪽이 다투고 있는 경선 규칙을 조정하는 중재안에 관해 당에 맡겨달라는 뜻을 전했다.
회의가 끝난 뒤 이 전 시장은 “경선 규칙은 당 대표가 중심이 돼 논의하는 걸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경선 규정이 당쪽으로 치우치면 여권에서 100% 국민 경선으로 뽑은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우리 쪽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심·민심을 실질적으로 절반씩 반영해야 한다”고 기존의 당심·민심 5 대 5 반영 주장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강 대표가 중재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이미 합의를 본 것을 또 흔들면 나나 다른 후보가 다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 또 바꿀 것이냐”라며 경선 규칙 조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양쪽의 이해 관계가 첨예한 경선 규칙 문제에서 강 대표가 어떤 안을 내놓더라도 한쪽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분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주자는 8월에 열리는 대선 후보 경선 규칙과 관련해, 선거인단을 20만명 규모로 하되, 대의원과 일반 당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2(4만) 대 3(6만) 대 3(6만) 대 2(4만)’로 반영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두고 이 전 시장 쪽은 당원과 비당원의 투표율 차를 고려해 무조건 4만명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전 대표 쪽은 전체 투표율에 연동해 20%를 반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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